서울메트로,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제안업체에 횡포…민자사업 취지 무색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시스템 구축 운영 비용과 무관한 항목 요구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민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제안 업체에 별도의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내용인 시스템 구축·운영과 관계없는 수익 확보와 경영효율화 금액을 제시하도록 했다. 해당 항목에 평가점수 3점을 부여했다. 고질화된 공공 정보기술(IT)사업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된 민자사업이 발주기관 `갑질` 횡포로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도시철도운영기관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제안업체 평가 시 가격과 기술평가 외 특별제안평가를 진행했다. 특별제안평가로 제안 업체에 `교통카드시스템을 이용한 수익 사업 제안`과 `공사 경영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제안`을 금액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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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운영기관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 특별제안평가 평가 기준.

항목별로는 1.5점을 부여했다. 평가 기준은 교통카드시스템 구축비용 322억원의 15%를 제안하면 1.5점, 10%는 1점, 5%는 0.5점을 각각 부여한다. 항목당 1.5점을 받으려면 48억원씩 총 96억원을 제시해야 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수익사업 제안과 경영효율화 제안은 구체화해야 한다”면서 “사업자는 이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금액을 직접 기부하든가 돈을 벌어 와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제안에 참여한 컨소시엄 두 곳 모두 특별제안평가에 배정된 3점을 획득했다. 96억원 규모의 기부채납도 제안됐다. 제안업체는 통상 1~2점차로 사업자가 선정되는데 3점은 무시할 수 없는 점수다. 도시철도운영기관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우선협상 대상자는 0.2점차로 결정됐다. 기술평가 점수는 LG CNS 컨소시엄이 높았지만 가격평가에서 에스트래픽이 크게 앞서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다.정보기술(IT) 업계는 돈을 직접 요구하는 것은 발주 기관의 지나친 횡포라고 지적이다.

IT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사업에 참여했지만 해당 사업 외 별도로 수익 방안이나 경영효율화 방안을 금액으로 제시하도록 한 것은 처음”이라며 공사의 적자를 사업자에게 부담한다고 비난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누적 적자가 1조31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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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갑질로 공공IT 민자사업 취지가 무색해졌다.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사업자가 구축·운영 비용을 부담하고 10년 동안 수수료 일부를 수익으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낮은 예산으로 인한 공공IT 저가 사업 발주 관행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됐다.

IT업체 관계자는 “당초 투입되는 구축·운영 비용 외 추가로 별도 비용을 요구하면 민자사업도 기존의 공공IT 사업과 마찬가지로 저가 사업이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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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로 선정된 에스트래픽 컨소시엄은 구축비용 322억원에 운영비용과 추가로 특별제안 금액 96억원을 투입한다. 수수료 수익은 투찰률 74%인 0.22%를 제시했다. 연간 서울지하철 1~8호선 사용금액이 1조5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년 수익은 33억원이다. 10년이 지나도 수익분기점을 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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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특별제안평가 항목이 제안업체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이에 대한 서울메트로 입장은 제안요청서에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제안요청서에는 특별제안평가 배점과 평가 배점기준 외 다른 설명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


[표]도시철도운영기관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 평가 결과

자료:서울메트로

*정성평가 점수는 평가위원 9명 점수의 평균임.

서울메트로,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제안업체에 횡포…민자사업 취지 무색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