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최근 SBS가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의 폐지 소식을 잇따라 전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동상이몽’과 10년 째 방영되고 있는 장수프로그램 ‘스타킹’을 비롯해 ‘오 마이 베이비’,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까지 총 4개의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SBS는 7월부터 8월까지 총 다섯 편의 새 파일럿 예능을 선보이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 ‘꽃놀이패’
가장 먼저 첫 선을 보인 SBS 예능 프로그램으로 화려한 라인업에 주목을 끌었다. 시청자의,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라는 포맷을 내걸었다. 2박 3일의 여행 동안 네이버 V 라이브 생방송 투표를 통해 연예인 6명의 운명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는 신개념 여행 버라이어티로 예능 대세로 떠오른 서장훈, 안정환, 유병재, 조세호, 김민석, 정국 등이 출연했다.
이미 앞서 여행을 포맷으로 한 예능은 많이 선보여졌고 호응 또한 좋았다. 특히 시청자가 직접 연예인들의 여행 운명을 정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꽃놀이패’는 시청률 5.6%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기록했다.
◇ ‘인생게임-상속자’
이번 SBS 새 파일럿 예능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프로그램이자 이슈를 모았다. 그 이유는 예능과 사뭇 어울리지 않는 MC와 제작진 때문이다. SBS 대표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김상중과 PD, 작가가 모여 신개념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출격했다.
‘상속자’는 한국 사회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일반인 출연자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계급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상의 화폐를 벌어 우승자를 가리는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팀이 뭉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만큼 예능에서 풍자와 해학 가득한 새로운 진행 형식을 보였고 시청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회의 축소판을 예능을 통해 보여줬다. 출연진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집단으로 나눠 쉽게 허물 수 없는 계급의 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 출연자의 우승 몰아주기 논란이 있었고, 소위 금수저는 금수저의 삶을 흙수저는 흙수저의 삶을 살게 되는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에 일침을 가하길 바랐던 시청자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겼다. 지극히 한정적인 포맷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정규 편성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은 4.2%를 기록했다.
◇ ‘디스코-셀프디스코믹클럽’
일단 화제성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디스코’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인간의 권리로 떠오르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예능으로 재해석한 독특하고 새로운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는 MC 탁재훈, 박명수, 김성주와 게스트 이유리, 지상렬, 최자, 장우혁, 양세형, 박나래, 트와이스 쯔위와 채영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치면 자동으로 나오는 연관 검색어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디스코’는 3.0%의 다소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6.4%의 시청률을 기록해 동시간대 1위를 지켰고, '수상한 휴가'는 3.1%를 기록했다. 앞서 방송한 SBS 파일럿 예능 ‘인생게임-상속자’가 4.2%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가운데 ‘디스코’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이 SBS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프로그램 콘셉트가 인터넷에 남아 있는 자신에 대한 글이나 사진 등을 지울 권리인 ‘잊힐 권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털어놓다보니 다소 자극적인 토크 주제가 오갈 수밖에 없었다.
또 첫 회 진행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한 가지 색이 아닌 여러 가지 색깔이 담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복귀한 탁재훈부터 박명수, 김성주 세 사람의 조합이 기대를 모았지만 다소 어수선한 진행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첫 회 파일럿이기 때문에 완벽할 순 없다. MC를 맡은 세 사람은 이번이 공동 MC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앞서 방송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일정한 포맷을 유지시키고 인기 예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어수선한 진행은 차근차근 나아질 부분이다. ‘디스코’ 제작진 또한 이 부분은 받아들이고 개선의 뜻을 보였다.
◇ ‘미운우리새끼’
시청률 7.3%로 정규편성이 확정됐다. 신동엽, 한혜진, 서장훈이 공동 MC로 진행을 맡았다. 출연자는 김건모, 김제동, 허지웅과 그들의 어머니다. 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육아일기를 다시 한 번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머니가 화자가 돼 아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육아일기라는 장치를 통해 순간을 기록한다. 아직도 철부지 같은 결혼 안 한 세 남자와 늘 자식 걱정인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유쾌하고 따뜻한 웃음,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방송에서 보였던 연예인의 이미지와 실제 가정 내에서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아빠와 자식 간의 활약을 담은 육아 예능이 인기를 모았던 가운데 엄마와 자식의 이야기는 기존 예능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좋은 호응을 얻었다. 또 10대~20대 자식이 아닌 40대 이상의 자식과 그의 어머니가 나오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김건모, 김제동, 허지웅은 예능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 인물로 자칫 프로그램이 루즈하고 밋밋해질 수 있었지만 제작진은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잘 편집했고 프로그램은 성공궤도를 달리고 있다.
◇ ‘신의 직장’
시청률 3.1%로 다소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신의 직장’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받은 물건과 자신들이 직접 만든 한정판 물건을 함께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은 신현준, 이수근, 김광규, 김종민, 육중완, 존박이다. 이들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홈쇼핑을 진행했다.
출연진과 콘셉트는 매우 신선하지만 실제로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물건인 만큼 큰 우려 또한 따랐다.
실제 물건을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은 본 방송 보다 먼저 전파를 타기도 했지만 큰 반응을 얻진 못했다.
최근 방송한 SBS 파일럿은 전반적으로 믿고 보는 MC들과 새로운 조합으로 1차적인 관심을 끌었다. 뚜껑을 열어본 파일럿은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혹은 실망감을 안겼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손을 보고 정규 편성의 과정을 거친다면 넘쳐나는 포맷과 콘텐츠 속에서 시청자의 입맛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