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대중은 한 가지 확실한 노선을 좋아한다.
SBS 드라마 '닥터스'는 첫 회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때문에 이후에도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4회 연속 아슬아슬한 차이로 시청률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예상 밖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닥터스’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의사가 된 두 남녀가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며 성장하고, 평생 단 한번뿐인 사랑을 시작하는 휴먼 메디컬 드라마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큰 인기를 모았던 것은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들 때문이었다. 지난 2015년 ‘펀치’로 ‘믿고 보는 배우’의 타이틀을 굳힌 김래원과 뛰어난 연기력과 미모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20대 대표 여배우 박신혜, 꾸준히 SBS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난 배우 윤균상, 넘치는 끼와 다재다능함으로 새롭게 배우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이성경까지 방영 전부터 큰 이슈를 모으며 주목을 끌었다.
과거 거의 모든 작품에서 무겁고 진지한 배역을 선보였던 김래원은 ‘닥터스’ 홍지홍 역을 통해 유쾌한 캐릭터로 변신했고 박신혜 또한 그동안 쾌활하고 바르고 유쾌한 이미지를 주로 선보였다면 데뷔 후 처음으로 거친 반항아 유혜정 역으로 변신하고 강한 여장부 느낌의 캐릭터로 변신을 꾀했다.
방송은 전반적으로 의사의 사랑, 병원 내 권력 구도 속에서 오는 갈등 등의 전개가 펼쳐진다. 앞서 ‘닥터스’는 이미 방영된 수많은 메디컬 드라마들 중에 병원이란 공간 안에서 꽃 피는 사랑과 인간의 성장을 보인 ‘휴먼 메디컬 드라마’라는 차별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면 특별히 흥미를 끌만한 새로운 전개는 없다. 병원 안에서 주인공 박신혜와 김래원의 연애와 갈등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시청률이 일정 지점을 넘지 못하는 것은 극의 다소 밋밋한 스토리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의학드라마인지 멜로드라마인 지 확실한 노선을 정하지 못하고 두 주연 배우의 로맨스로 흘러가는 이야기 등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용어가 나오고, 흔히 알았던 혹은 새롭게 알게 된 병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와 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수술을 하는 주요 내용은 없다. 의사들 간의 갈등과 빠른 전개도 없다. 만일 이런 의학 드라마를 바란 시청자라면 다소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충환 감독은 극 초반에 “우리 드라마는 한 사람의 인생이 병원에서 어떤 만남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를 담은 드라마다. 만남의 공간이 병원인 것은 아픔과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조금 삭막할 수 있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성장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예쁘게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응원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감독은 3일 엔터온뉴스에 “드라마에서 멜로적 요소가 인기를 끌어서 메디컬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이지만드라마 내에 메디컬적 요소가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본단계에서부터 많은 자료조사를 통해 실사례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풀어가고 있고, 제작단계에서도 메디컬 부분에 고증과 감수를 철저하게 받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닥터스’는 처음부터 초점을 메디컬 보다는 휴먼에 맞췄다.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겪고 그것을 치유하듯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병원이란 공간을 상징적으로 사용했다. 따뜻한 내용의 드라마를 명배우들이 현재까지 이끌고 왔다. 지금까지 전개를 봤을 때 남은 5회의 방송에서 ‘메디컬’의 요소를 찾아볼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극 후반 ‘닥터스’ 측은 배우 한혜진, 남궁민 등을 특별 출연자로 출연시키며 끝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생 메디컬 드라마가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열정과 실력을 가진 배우들과 제작진 덕분에 시청자에게 인생 드라마라는 인식은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