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가수가 앨범을 발매하고 컴백을 하면 타이틀곡 활동을 한 후 짧게라도 후속곡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팬들에게는 좋아하는 가수의 후속곡이 어떤 곡일지 기대하는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가요계에서 후속곡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대부분 타이틀곡으로 약 1~2개월 무대를 선보인 후 공식 활동을 접는 경우가 늘어났다.
후속곡 활동은 가수들이 타이틀곡 활동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또 다른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와 함께 앨범 수록곡으로만 묻히기 아쉬운 노래들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수 김종국의 2집 ‘에볼루션(Evolution)’은 후속곡이 타이틀곡보다 훨씬 많은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예다. 타이틀곡 ‘필링(Feeling)’은 이렇다 할 반응이 없던 반면, 후속곡 ‘한 남자’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고, 김종국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김종국이 후속곡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 남자’가 빛을 보지 못한 채 그저 앨범 수록곡으로만 남았을 가능성이 컸다.
1세대 아이돌 H.O.T의 명곡으로 꼽히는 ‘캔디(Candy)’, ‘빛’, 젝스키스의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 ‘예감’ 등도 모두 앨범 타이틀곡이 아닌 후속곡 활동으로 빛을 본 노래들이었다.
요즘 가요계에서 후속곡 활동이 사라지는 이유는 과거와는 달라진 음악시장 환경의 영향이 크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음원사이트가 보편화되면서 시장이 앨범 중심에서 싱글 중심의 판도로 변했고, 단 한 곡만 발표하고 활동하는 시대가 되면서 후속곡 활동을 하는 가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규앨범이나 미니앨범을 낸다고 해도 하루 사이에 워낙 많은 신곡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적어졌다”며 “후속곡 활동은 물론 정규 및 미니앨범 발매는 현재 음악시장 환경에서 지극히 비경제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상업적인 측면과는 상관없이 좋아하는 가수가 오랫동안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게 좋다. 타이틀곡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후속곡은 밝고 가벼운 모습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팬들은 보기 원한다.
최근 여러 기획사는 이러한 팬들의 바람을 들어주고, 아티스트의 다채로운 개성을 살리기 위해 후속곡 대신 아예 더블 타이틀곡을 내세워 한꺼번에 두 곡으로 활동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남성듀오 바이브는 지난 4월 일곱 번째 정규앨범 ‘리피트(Repeat)’를 발매하면서 더블 타이틀곡 ‘1년 365일’과 ‘비와’로 활동했다.
지난 6월 정규 3집 ‘이그잭트(EX’ACT)’를 발매한 그룹 엑소도 ‘몬스터(Monster)’와 ‘럭키 원(Lucky One)’ 무대를 함께 선보였고, 지난달 세 번째 정규앨범 ‘하이라이트(HIGHLIGHT)’를 발표한 비스트 역시 ‘리본(Ribbon)’과 ‘버터플라이(Butterfly)’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활동했다.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언론홍보팀 류홍연 팀장은 “많은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과거와 달리 모든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후속곡 활동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사실상 사라졌다”며 “대신 타이틀곡을 두 개로 정하고 타이틀곡 활동에 힘을 쏟는 편이 낫다”고 분석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