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 투표기 안전성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사이버 공격으로 11월 대통령 선거 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각) 미국 공영방송 NPR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선거 단체를 중심으로 전자 투표기 보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최근 일리노이 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주 등록유권자 데이터베이스가 해킹당하자 이를 즉각 폐쇄했다. 애리조나 주도 미국 연방수사국(FBI) 해킹 경고를 접한 뒤 등록유권자 관련 시스템을 닫았다. 지난 5월엔 보안 전문가 데이비드 레빈이 플로리다 주 리카운티 선관위 웹사이트에 침입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강력한 투표 보안과 투표 후 철저한 감사를 지지해 온 비영리단체 베리파이트 보팅의 퍼멜러 대표는 “전자 투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더라도 누군가가 투표에 개입해 결과를 바꿀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의 투표 관리가 중앙이 아닌 지역 차원에서 이뤄지고, 전자 투표 시스템과 보안 기준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해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와이어드는 대다수 전자 투표기가 윈도XP 기반이어서 악성 소프트웨어 방어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4월 윈도XP 보안 패치 배포를 중단했다.
NPR은 의심스러운 투표 결과를 대조할 수 있도록 종이 투표 용지 결과를 병행 지원하는 전자 투표기를 사용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델라웨어와 조지아,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종이 투표지 대조 지원 기능 없이 전자 투표 결과만을 그대로 옮기는 DRE(Directing Recording Electronic) 투표기를 사용하는 주에선 해킹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해당 지역에선 투표지 진위를 대조할 예비용 종이 투표지가 없어 해커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
와이어드는 현재로선 해킹을 감지하고 사이버 공격을 피해 투표 결과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종이 투표와 전자 투표 내용을 서로 대조하는 `투표 후 감사`이나 미국의 모든 주가 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어서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