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설비투자가 급감, 장비 업계 생존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통신 3사 설비투자 지출이 당초 계획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상반기 지출한 설비투자(CAPEX) 비용은 1조4367억원이다. 설비 투자 계획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올해 총 6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년이 지났지만 가이던스 대비 23.6% 밖에 집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32% 넘는 집행률과 대비된다.
올해 상반기 설비 투자는 SK텔레콤 3120억원, KT 6372억원, LG유플러스가 2876억원이다. 가이던스 대비 집행률은 LG유플러스 32.5%, KT 25.5%, SK텔레콤 14.8% 순이다.
주파수 경매로 주파수를 할당받는 만큼 설비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과거 경매보다 통신망 구축 의무가 강화됐지만 추가 설비 투자는 SK텔레콤이 밝힌 1000억원뿐이다.
장비 업계는 통신사 설비 투자 축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통신 시장이 침체된 상황인 만큼 통신사가 설비 투자를 줄여 수익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가이던스보다 실제 투자 비용은 적었다”라며 “지난해보다 올해 통신 설비 투자가 감소할 것이란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투자 시장 한파는 통신 장비 업계에 직격탄이다. 스위치·라우터, 중계기 등 유무선 네트워크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장비 업계가 상반기 적자에 시달렸다. 작게는 20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문제는 상황이 몇 년 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5세대(5G) 통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대규모 투자는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통신 장비 산업 전반이 불황인데 설비 투자까지 줄면 경영난이 가속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집중된 설비 투자 시장을 잡지 못하면 실적 악화로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며 “일부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신장비 업체 중 사물인터넷(IoT) 해외 시장 진출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회사도 있다. 설비 투자 시장만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축적했던 네트워크 기술력과 노하우로 IoT 시장을 노리는 장비 업체가 많지만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에는 수익이 적다”며 “시장이 좀 더 활성화돼야 구체적인 성과가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 3사 설비투자(CAPEX) 현황 (단위 : 억원 / 자료 : 각사 IR 자료)>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