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부산행’에서 공유가 연기한 석우는 펀드매니저에 평범한 아버지다. 일이 우선인 그는 딸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도 충고를 해주는 아버지다. 초반 그는 딸과 전혀 접점이 없어 딸의 세계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질적인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그는 점점 변해간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어떤 일보다 어려운 것일 수도 있지만,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이기에 변화는 너무나 당연했다.
“유일하게 변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 봤음직한 인물이다. 감독님과 그 전형성에 대한 우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형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으로 입체적인 결을 살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를 후하게 평가하고 싶진 않다.”
영화에서는 재난상황이 펼쳐진다. 석우는 어린 딸에게 ‘이런 상황에선 양보보다 네가 먼저다’라고 말을 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이기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내 곧 반대의 상황에 처하면서 관객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캐릭터다.
“만약 공감하지 못했으면 감독님께 물어봤을 거다. 생각지도 못한 재난 상황이 펼쳐졌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석우 앞으로 달려오는 사람을 보며 망설이지만, 용석(김의성 분)이 문을 빨리 닫으라는 말을 듣고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문을 닫는다. 반대로 석우가 소수의 인원이 되어 칸 안에 들어가야 했을 때는 배척당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도 없다. 기차 안에서 불특정 다수가 주장하는 게 옳은 것 마냥 분위기가 흘러가는 게 너무 무서웠다. 이해는 가지만, 너무나 억울했고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들과 싸우기조차 싫었던 것 같다. 체념이었다. 말을 섞고 주먹질 하는 것마저 두려웠던 감정이었다.”
공유가 석우처럼 ‘현실적인 캐릭터’를 욕심내는 이유가 있다. 바로 ‘공감’과 ‘고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이 시간을 들여서 작품을 보는 관객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봤다.
“예를 들면 내가 ‘부산행’을 찍은 이유는 내가 대본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관객들과 같이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번 ‘부산행’을 찍으면서 고민했던 것은 나도 언젠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가질 텐데, 어떤 세상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 그 기차 안에 있다 보니까 아이에게 마냥 거짓말만 할 수도 없고, 마냥 포장해서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런 고민들이 심각하게 했다.”
“이런 사회적 메시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소재는 많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다양하다. 현실이 괴로워서 극장에서는 판타지를 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조금 현실적인 사람인가보다. 조금 불편하고 힘들지언정 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영화보다는 고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내 주관이나 성향이 녹아들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물론 늘 그렇게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이상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런 영화들로 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싶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