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 <66>`전자파 진실은?` 김윤명 단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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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정국이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 군민 2000여 명이 지난 21일 오후 상경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사드 전자파 유해성 때문이다. 인체와 농작물에 해롭다면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사드 전자파의 진실은 무엇인가. 22일 오후 5시 김윤명 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레이더업체에서 생산과 시험·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20여 년 동안 전자파 인체 기준을 연구한 국내 전자파 분야 최고 권위자다. 한 시간 반가량 사드를 포함해 각종 정보기기와 전자제품의 전자파 유해성에 관해 인터뷰했다.

-전자파란 무엇인가.

▲전자기 파동을 줄이면 전자파가 된다. 더 줄이면 전파가 된다. 하지만 전자파와 전파는 현실에서 다른 개념으로 사용된다. 한국에서 전파는 라디오파(radio) 개념이다. 전자파는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s) 개념으로 쓴다,

-전자파 종류는.

▲물리학에서는 전자기 스펙트럼이라고 해서 극저주파부터 방송파, 마이크로웨이브, 엑스레이, 우주선파까지 다 포함한다. 10종이 넘는다. 한국에서 이슈가 되는 전자파는 극저주파와 라디오파(Radio wave) 정도다. 라디오파로는 휴대폰 기지국 주파수, 최근의 레이더 주파수가 있다.

-레이더는 언제 누가 만들었나.

▲제2차 세계 대전 때 영국에 대한 독일의 지대지(地對地) 미사일과 폭격기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캐나다 3개국 기술자들이 협력해 만들었다. 초기에 아이디어를 내고 주도한 사람은 영국인이지만 실용화는 집단 기술로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링컨 방사능 실험실(Lincoln Radiation Laboratory)이 레이더 기술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은 전쟁 초기에 항복 직전까지 몰렸으나 레이더 덕분에 역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링컨 방사능 실험실은 유명한가.

▲그렇다. 학창 시절에 나도 이곳에서 펴낸 레이더 이론과 부품 책을 보며 레이더를 공부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로 인해 일대 반경 수㎞는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다.

▲레이더 전파의 주 빔(Main beam)이 지평선을 따라간다면 안전거리는 3.6㎞까지다. 사드 레이더의 임무는 고고도 비행체 추적이다. 최하 5도 이상의 앙각(仰角)에서 주 빔이 나간다. 성주 지역은 내리막 지형이기 때문에 반경 100m 이내는 위험한 지역으로 봐야 한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로 기형아를 출생하거나 화상을 입게 되는가.

▲레이더에 반경 100m 이내로 접근하지 않는 한 화상은 입지 않는다. 반경 100m 이내에 장기간 있지 않는 한 기형아 출생도 불가능하다. 레이더 운용 초기에는 인체에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농산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성주 특산품인 참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레이더 기지주변 농작물에 전자파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례는 보고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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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으로 인해 이명이나 환청에 시달리지는 않는가.

▲레이더 자체에서는 소음이 없다. 발전기에 의한 소음은 발생한다. 발전기 소음은 가까운 거리에서는 매우 심하지만 이것도 반경 100m 밖으로 벗어나면 별 문제가 없다. 성주는 한국전력공사가 공급하는 전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발전기를 가동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소음으로 인한 이명이나 환청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 하나로 뭉뚱그려서 말하긴 어렵다.

-사드 주변 지역에서는 정보 기기 사용에 장애가 발생하나.

▲정보 기기가 안테나 앞쪽이 아니라 옆쪽이나 뒤쪽에 있기 때문에 장애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레이더 전자파로 인한 피해 사례는.

▲1950~1960년대 레이더 운용 초기에는 화상이나 백내장 같은 피해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안전 대책을 마련한 이후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현재 나도는 사드 전자파에 관한 괴담(怪談)은 오해인가.

▲오해가 많다. 떠도는 내용은 과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이를 해소하지 못한 건 아쉽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자신하나.

▲나도 처음에는 괴담에 반신반의했다. 사드 레이더가 X밴드라는 것 외에는 구체화된 판단 정보가 없어서 괴담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미국 육군 교범과 인터넷에 나온 각종 정보를 조각과 퍼즐 맞추기 하듯 종합한 결과 우리가 궁금한 사항에 대해 판단할 수 있었다. 교차 점검도 했다. 레이더 방정식과 연필 모양 빔(pencil beam)의 지향성 안테나에 관한 기술, 전자파 인체 안전에 관한 세 가지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나는 지난날 3년 동안 레이더 회사에서 생산과 시험·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전자파 인체 기준에 관해 20년 동안 연구했다. 그런데도 사드 레이더 성능을 추적하는 과정은 스무고개 게임과 같았다. 날마나 하나씩 성능을 파악해 전자파의 인체 안정성 문제를 풀었다. 그런 결과를 토대로 사드 레이더 전자파 안전성에 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공개한 데이터가 없는데 그런 판단이 가능한가.

▲미국 육군 교범 안에 레이더에 관한 비밀이 숨어 있다. 유효동반성복사전력(EIEP)과 사이드 로브 레벨(Side lobe level)이 핵심이다. 레이더 방정식에 데이터를 대입했더니 최악의 경우 안전성 거리가 100m로 나왔다.

-각종 루머가 나도는 이유는.

▲레이더 성능이 군 기밀로 비공개 대상인 데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다. 전자파에 관해 일반인이 제대로 알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레이더 데이터를 공개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데이터는 중대한 미군의 기밀이다. 우리 측이 요구해도 미국 측에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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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전자파 논란을 해소할 과학적 방안은 무엇인가.

▲여러 주장이 있는데 역학(疫學) 연구를 하길 바란다. 과거 군에서 고출력 레이더를 운용하던 장병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후유증이 있는지를 조사하면 좋겠다. 어선에도 레이더를 장착한다. 어민들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조사하면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각종 정보 기기와 전자제품의 전자파 방지를 위한 생활 수칙은 무엇인가.

▲컴퓨터와 냉장고 전자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마이크로웨이브 오븐(Microwave oven)은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전자레인지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일본식 영어다. 전파밥솥이 정확한 번역이다. 전공이 같은 교수들이 있을 때는 전파밭솥이라고 말한다. 이 제품은 적어도 30cm 떨어져서 사용해야 한다.

-숯이나 선인장이 전자파 피해 방지에 효과가 있는가.

▲그런 말이 있는데 실제 효과는 없다.

-휴대폰은 어떻게 사용해야 인체에 해가 없는가.

▲머리나 얼굴에서 5㎜만 떨어져서 사용하면 해가 없다. 긴 시간 통화로 머리가 아프거나 다른 부작용을 느끼면 휴대폰을 다른 쪽 귀로 옮기면 된다. 이어폰을 사용하면 더 좋다.

-보완해야 할 전자파 정책이나 제도는.

▲한국의 전자파 정책은 우수하다. 국방부는 군 문제라고 여겨서 관심이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자파 인체 안전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은 전자파에 대해 굉장히 높은 관심도를 보인다. 하지만 언론에 나온 전자파 계측기는 모두 외산이다. 교수로서, 기술자로서 부끄럽다. 이번 사드 레이더는 미군 소유로 미군이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와 같은 추적 레이더도 국내 업체에 개발비를 지원하면 국산화할 수 있다. 계측기 수요가 없으니 개발을 안 하고, 그러다 보니 기술 축적이 안 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

-교수 창업을 했다.

▲지난 2001년에 대학 내 벤처기업 `EMF세이프티`를 창업했다. 15년째 강의와 사업을 겸하려니 눈 코 뜰 새가 없을 정도다. 주말에도 출근해 업무를 처리한다. 직원들은 주말에 쉰다.

-좌우명과 취미는.

▲특별하게 좌우명이라고 할 건 없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폐 안 끼치고 살면서 병원에서 보험료 외에 자기부담금도 못내는 영세민들을 돕는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 취미도 없다. 당구나 골프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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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한국 출판의 개척자인 학원사의 김익달 사장(작고)이 만든 학원밀알장학회의 장학생으로 뽑혀 4년 동안 학비를 지원받았다. 생활비는 가정교사를 하며 해결했다. 방위산업체에서 3년 동안 대공포 제어용 레이더 시험과 민간 선박용 레이더 개발을 담당했다. 1980년부터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전자파학회 회원으로 있으면서 EMC 용어사전을 만들었고, 전자장과 생체관계연구회를 발족해 국내 최초로 전자파 노출에 대한 인체 보호 기준을 만들었다. 극저주파 자계 환경 측정기와 전자파 환경 표시 장치를 개발했다. 휴대폰 전파의 인체흡수량 측정기를 국산화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정보통신부 장관상과 근정포장 등을 수상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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