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참석차 제주도를 다녀왔다. 숙소 앞 해수욕장을 산책하면서 재미있는 광경을 봤다. 언젠가부터 서핑 인구가 늘기 시작하더니 해수욕장에 수영하는 인구와 서핑보드로 파도를 타는 사람들 수가 비슷해졌다.
서핑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니 벤처기업도 이와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두려워하는 파도를 타기 위해 겨우 `판때기` 하나 들고 망망대해로 뛰어드는 것처럼 벤처기업 역시 달랑 인재와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서핑은 운이 좋아 잘 일어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파도 타이밍에 잘 일어서지 못해 기우뚱거리며 넘어진다. 초보자일수록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더 자주 빠져서 물을 먹기 마련이다. 물에 빠지지 않고 배울 수 있는 서핑은 없다.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 하더라도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는 과정은 시장과 타이밍이 잘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 한 번에 성공하는 사업은 없다. 실패와 도전은 생활이다.
파도에 익숙해지고 때를 잘 파악해 제대로 타면 마치 기적처럼 물보라를 일으키며 제 물길을 만든다. 이렇게 끈질긴 도전 과정을 통해 성공한 벤처기업이 네이버와 카카오다.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라는 새로운 물길을 만들던 벤처기업이 크고 작은 자회사를 거느리는 거대 기업집단이 됐다. 라인 등은 한류 바람과 함께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벤처는 바다에서 뗏목 하나로 살아남는 것만큼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미래는 바다 너머에 있다. 수산물에서 시작된 한국 수출은 `한강의 기적`이란 경제 발전을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
한국은 자원 빈국이다.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다.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은 때론 위협을 주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가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 경제는 `정보화혁명`이라는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왔고, 다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여름 경제 단체 대부분은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 주제를 4차 산업혁명으로 잡았다. 어렵지만 하루라도 빨리 새 바람을 타야 한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