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국정 연장선상`에 있는 대통령 휴가

대한민국이 휴가 시즌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5일간 휴가에 들어갔다.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지방은 가지 않고 관저에서 밀린 서류를 보고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취임 첫 해인 2013년 경남 거제시 저도에 다녀온 뒤로 박 대통령은 계속 `방콕` 휴가다.

관저는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에서 차로 불과 3분 거리에 있다. 여러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방콕 휴가를 택한다. 대통령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뭔가 많이 아쉽다.

현안이 참 많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하반기 국정 동력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한 암초들이다. 여기에 청와대·친박계 공천개입 의혹, 서별관 회의 논란 등 각종 악재가 겹쳤다. 집권 4년차 징크스에 제대로 빠졌다.

일자리 회복과 경기 둔화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실타래처럼 꼬인 정국 문제를 해결할 묘책이 절실하다. 또 박 대통령은 휴가 복귀와 함께 인사를 단행하며 현안을 정리해왔다. 휴가 동안 고민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휴가를 맘 편히 보낼 상황은 아니다. 휴가조차 국정 연장선상에 있다. 휴가를 낼 용기가 필요했을 정도다.

대통령의 휴가는 국가가 처한 상황과 여론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눈치 없이 쓰는 유럽 국가 수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했던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주 휴가를 꼬박 챙겨 쉬었지만, 지지율이 낮았던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주일에 그쳤다. `바캉스`라는 말의 어원이 프랑스에서 왔는데도, 그 나라 대통령조차 일상에서 자유로워지는 선택에 제약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휴가 계획도 여러 정국 상황과 여론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국정 현안에 대한 걱정에서 잠시라도 벗어나서 머리를 식혀야 한다. 안 되면 5일 가운데 단 2~3일만이라도 관저 밖으로 나가 `휴가답게` 보냈으면 한다. 워커홀릭일수록 재충전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잠시 떠난다고 국정 중단이나 공백 사태는 빚어지지 않는다. 관저에 머무르면서 보고서를 읽는다면 휴가 중인 참모들조차 맘 편히 일손을 놓지 못할 것이다.

머리를 비우고 온전히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당면한 정국에도 새로운 해법을 구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대통령의 휴가는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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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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