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 정부 수탁 연구 과제 가운데 10억원 미만 소형 과제는 전체 88%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5억7400만원이었다.
2조1423억원에 이르는 1년간 연구개발(R&D) 예산은 3700여건으로 나눠졌다. 출연연 연구자는 연간 3건 내외 과제를 수행한다. 문제는 이들 연구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제안서와 과제보고서를 쓰다 보면 정작 연구할 시간은 없다. 10억원 미만의 고만고만한 연구비로 개발한 기술은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전자신문이 출연연 24개사를 대상으로 2015년 정부수탁 예산과 수행과제 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과제 수 3726건 가운데 10억원 미만 과제는 산술적으로 나눠 평균을 낸 결과 3286개에 달했다. 정부 수탁 예산은 2조1423억원, 과제 건당 평균 예산은 5억7400만원이었다.
출연연은 통상 예산이 10억원 미만이면 2~3명이 매달려 연구를 진행하는 소과제로 분류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과제 꼭지당 평균 투입액이 3억1000만원이었다. 정부 수탁 예산은 1038억원, 과제 수는 331건이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과제당 평균 예산이 2억9900만원이었다. 정부 수탁은 155억원, 과제 수는 52건이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과제당 1억3400만원, 세계김치연구소가 과제당 9400만원, 한국기계연구원 평균 과제 규모는 2억4900만원이었다.
과제 꼭지 평균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은 대형 구조체를 만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었다. 항우연은 과제당 평균 예산이 119억원이었다. 총 정부수탁 예산은 5516억원, 과제 수는 46건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정부 수탁 예산 4468억원에 과제 수는 367건이었다. 건당 평균 12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기업 수탁 사업까지 포함할 경우 총 예산 6000억원에 과제는 600여건으로, 과제당 평균 10억원 정도로 떨어진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과제 평균 규모가 약 2억9100만원이었다. 생기원 정부 수탁 규모는 1535억원, 과제 수는 527건이었다.
출연연 관계자는 “과제가 소규모이다 보니 인건비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 책임자 입장에서는 과제 기획에 올인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3개월은 기획하고 3개월 평가받다 보면 금방 1년이 간다”고 토로했다.
출연연 기관장을 지낸 한 교수는 “R&D 과제가 소형으로 쪼개진 것은 정부 부처마다 단기 성과 중심의 과제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과제 수행으로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출연연이 이에 맞춰 하나로 끝날 과제를 여러 개로 쪼개 제안하면서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과제 평가를 맡고 있는 한 전문가는 “산업에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려면 적어도 수백억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면서 “프로젝트 수가 줄어야 연구원도 보고서 작성보다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 NST) (단위 백만, 건)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