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해내는 힘`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상용화에 성공한 일본인 나카무라 슈지가 2001년 자서전 형태로 발간한 서적이다. 지난해 한글판이 출간됐다. 나카무라 슈지는 청색 LED 실용화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위원회는 “청색 LED는 인류에 최대 혜택을 주는 발명으로 새로운 빛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나카무라 슈지가 고문으로 있는 국내 한 LED 업체는 “에디슨 전구가 지난 100년을 밝혔다면 앞으로 1000년은 LED가 밝힐 것”이라는 문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신박제 NXP코리아 회장은 이 책을 추천하며 “배울 것이 많은 인물의 자기계발서”라고 설명했다. 나카무라는 지방대 출신으로 1979년 당시로서는 지방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니치아화학공업 개발과에 입사했다. 10년간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다 청색 LED 연구에 뛰어들어 세계 최초로 고휘도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무려 500번이 넘는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나카무라 슈지가 `끝까지 해내는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며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어렵다` `힘들어서 못 한다`는 대답을 자주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나카무라 슈지도 대단하지만 `어디 한 번 해보라`고 청색 LED를 개발을 허가한 오가와 노부오 니치아 회장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며 “연구 후반기 사내에선 나카무라를 압박하는 이들이 많긴 했으나 어찌됐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어쩌면 실패할 지도 모르는 연구를 허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가와 회장이 오너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신 회장은 기업의 연구개발(R&D) 부서마저도 단기성과 위주로 흐르는 세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추후 나카무라는 발명 보상에 소홀했던 니치아에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분쟁이 있긴 했으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니치아가 지금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회장의 결단과 기다림, 나카무라의 근성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와 분쟁을 벌인 나카무라 본인도 “회장의 신뢰가 청색 LED 발명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사람은 자신이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온몸을 바쳐 전력투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나카무라가 청색 LED의 주 재료로 질화갈륨(GaN)을 선택한 이유도 의미가 있다. 당시 학계와 산업계는 셀런화아연(ZnSe)을 유력한 재료로 지목하고 있었다. 나카무라는 “남들과 동일한 연구로 성공해봤자 니치아라는 작은 회사에선 팔기가 힘들다”고 적었다. 청색 LED에 앞서 나카무라는 완성도 높은 적색 LED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니치아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던 탓에 전혀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박제 회장은 “독창성, 창의성이 중요한 이유”라며 “이것이 완성되면 작은 기업도 경쟁의 판을 뒤집고 세계적 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