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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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넘겨씌우거나 남으로부터 넘겨받는 허물 또는 걱정거리를 말한다. 흔히 남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덤터기를 씌우는 건 비겁함과 치사함을 의미한다. 반대로 덤터기를 뒤집어쓴다는 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마지못함이다. 덤터기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공정위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불허로 케이블TV 출구 전략이 봉쇄됐다는 인식은 일치한다. M&A로 탈출구를 모색하던 케이블TV가 공정위 결정으로 퇴로가 차단되자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미래부 입장에선 공정위로부터 덤터기를 썼다고 할 만하다. 여러모로 내키지 않는 상황이다. 출구전략이 차단되자 손을 내미는 케이블TV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케이블TV 정책을 마련했다가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기진맥진한 케이블TV를 방치해선 안되는 게 미래부의 소임이다.

케이블TV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케이블TV 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은 차단해야 한다. 케이블TV에 대한 미래부 차원의 무언가 전략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케이블TV의 뼈아픈 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케이블TV의 앞으로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미래부의 애정 어린 시선이다. 이마저 식은 감을 느낀다면 홀로 서려는 케이블TV의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 미래부의 어깨를 짓누르는 마뜩지 않은 상황이지만 덤터기를 썼다고 개탄할 게 아니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마음가짐을 다졌으면 한다.


김원배 통신방송 전문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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