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 TDD) 도입으로 주목받았던 공군 무선네트워크 구축 사업이 소송전으로 빛이 바랬다. 주사업자인 SK텔레콤이 공군의 지체보상금 청구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 공방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공군은 올해 4월부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공군은 SK텔레콤이 사업완료 시점을 넘겨 약 75억원에 달하는 지체보상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공군이 예정에 없던 기능을 추가하면서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에 수행사 잘못이 아니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공군은 2014년 5월 SK텔레콤을 주사업자로 선정해 `지휘〃정비통제 무선네트워크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했다. 장비업체를 비롯해 국내 중소기업도 다수 참여했다. LTE-TDD 기술을 활용해 10여곳 비행 기지에 지휘체계와 정비용 통신망을 설치하는 게 목표다. 사업 규모는 약 320억원이다.
LTE-TDD는 같은 주파수에서 시차를 두고 데이터를 송〃수신한다. 다른 주파수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주파수분할(LTE-FDD) 방식 대비 주파수 효율이 두 배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LTE-FDD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군 사업은 국내 최초 LTE-TDD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4년 말 목표로 추진되던 사업은 단말기 규격 조정 등 사업 내용이 일부 달라지면서 지난해 6월로 완료가 연기됐다. 단말기 규격 변경 때도 공군과 참여업체 간 의견이 엇갈렸지만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그 이후다.
참여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공군은 사업 시작 몇 달 후 별도 업체에 의뢰해 보안 칩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칩을 비롯한 보안 기능을 단말과 시스템에 탑재하면서 사업이 지체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참여업체는 망과 단말, 보안 모듈 간 연동에 애를 먹었다.
관계자는 “보안기능 탑재는 최초 제안요청서(RFP)에 없던 사항으로 이로 인한 품질 확보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사업비용은 그대로인데 예정에 없던 요구사항을 추가하면서 사업이 지체된 데 따른 보상금을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안기능 외에도 지나친 추가 요구사항이 많아 사업을 어렵게 했다고 덧붙였다.
공군은 이에 대해 통화 시 끊김 등 품질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전파 월경, 기지국 출력 저하도 문제였다고 밝혔다. 수행사가 일정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결국 사업은 지난해말 마무리됐지만 공군은 지난해 6월 이후 사업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청구했다. SK텔레콤은 지체 책임에 대해선 법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은 상고까지 고려하면 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발주처와 수행사 간 갈등은 통신뿐 아니라 정보화 사업 전 분야에서 벌어진다. 수행사가 기본품질 이하 결과물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발주처가 사업 중간에 요구사항(사업 범위)을 변경하는 게 최대 갈등요인으로 꼽힌다.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도 잦다.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요구사항, 추가 요구 명문화, 배려심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심기보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초 제안요청서(RFP) 말고 기본 분석설계 결과를 기반으로 RFP를 다시 작성해 발주처와 수행사가 합의를 해야 한다”며 “수행사는 사업 중간 발주처가 추가 요구를 하면 이를 명문화해서 증거 자료로 남겨 놔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