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리얼리티’프로그램이 인기인 가운데, 우리가 보는 작품들이 정말 대본과 연출 없이 ‘리얼’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때로는 ‘트릭’으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믿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트릭으로 만든 거짓은 오히려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 ‘트릭’은 이런 현실을 이용해 대중을 속이는 언론과 그것에 열광하는 대중의 모습을 그려냈다.
‘트릭’은 우리가 울고 웃었던 TV 속 다큐멘터리가 사실은 ‘가짜라면’이라는 의문점에서 시작한 영화다.
석진(이정진 분)은 과거 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주목 받았지만 해당 회사 사장이 자살하고 사건이 오보로 밝혀지면서 보도국에서도 퇴출됐다. 다시 다큐멘터리 PD로 복귀한 그는 시한부 암 환자인 도준(김태훈 분)과 그의 아내 영애(강예원 분)을 주인공으로 한 ‘병상일기’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이 프로그램은 전 국민의 관심 속에서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다.
이에 방송국과 석진, 영애의 욕심은 점점 커진다. 방송국 사장은 석진에게 시청률 35%를 넘기면 큰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현실에선 불가능할 35%라는 시청률이 이들에게는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석진의 계획대로 된다면 말이다. 석진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하는 것을 넘어서서 조폭을 사주해 직접 사건을 만들기까지 한다. 그리고 대중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큐’가 시작되면 스태프는 반사판을 들고 도준과 영애를 쫓아다닌다. 영애도 연기를 시작한다. 그는 협찬 받은 모자를 쓰고 미리 계산된 행동을 한다. 남편을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도 ‘컷’ 소리가 나면 모든 행동을 멈추고, 화장을 고친다. 이렇게 영애는 과거 꿈꿨던 연극배우라는 꿈을 이번에 실현한다. 점점 마약 같은 방송에 빠져든 그는 방송이 계속될수록 화장이 짙어진다.
조작된 방송가의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이창열 감독의 의도도 훌륭하고, 소재도 좋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너무나 뻔해 박진감을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에 반전을 꾀했지만, 거기까지 흘러가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이미 흥미를 잃고 지칠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오그라든다. 특히 감독의 의도를 배우의 대사를 통해 직접 부연 설명하는 신은 불편함을 자아낸다.
다만 강예원의 섬세한 연기가 겨우 작품을 살려냈다. 남편을 위한 마음부터 방송을 향한 욕심까지 양면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여인의 마음을 표현해내며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시한부 역할을 소화한 김태훈의 짠한 연기는 ‘설행_눈길을 걷다’에 이어 인상적이다. 오는 13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