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차세대 통신·네트워크 기술 `테스트베드`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선례를 찾기 어려운 기술을 제주도가 선제 도입하면서 새로운 정보기술(IT) 생태계가 확산될지 관심사다. 기술 변화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제주도에 구축되고 있는 와이파이 결합 비콘 서비스는 일부 기업과 기관에서 도입하지만 시장 확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특성상 도입 사례(레퍼런스)가 적고 보수성 강한 IT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기술 도입을 망설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관광시설을 IT 인프라로 차별화할 계획이어서 기술 확산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와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를 대표로 들 수 있다. 두 기술은 5세대(5G)와 사물인터넷(IoT) 시대 필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통신사 중심으로 연구개발(R&D)과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 유시티가 국내 처음으로 SDDC를 도입했다. 사업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비용 절감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라는 강점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 유시티에서 SDDC를 도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특이한 사례”라면서 “국내는 SDN·SDDC 시장 초기여서 관심은 많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일부 관광 시설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가운데 SDDC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주요 레퍼런스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신축 호텔이 많은 만큼 SDN·SDDC 확산 속도가 빠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다퉈 기술을 도입하면 쉽게 레퍼런스가 퍼질 것이란 의미다.
SDN과 SDDC 시장이 제주에서 개막되면 네트워크 업계에서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적용할 수 있다. 네트워크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는 종량제나 월정액 단위로 과금하는 `서브 스크립션` 적용도 가능하다.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이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에 전체 장비를 일괄 구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급업체는 안정된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한 외국계 네트워크 장비업체 대표는 “네트워크 사용량 기반의 과금 체계 등은 아직 국내에서 적용이 안 된 상태”라면서 “시기에 따라 트래픽 용량에 차이가 나는 호텔 등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는 제주도를 해외 진출 거점으로 활용한다. 아직 테스트 단계인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제주도에서 검증한 뒤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다는 전략이다. 사업 수주 등은 해외 시장에서 영업할 수 있는 주요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