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저가폰 시장의 `정보 비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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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폰에 관심이 있으면 그냥 갤럭시J5를 구매하세요.” 중저가폰을 구입하기 위해 대리점을 찾았지만 직원은 대뜸 삼성 제품부터 추천했다. 다른 제품은 없느냐고 물어 보자 `거기서 거기`라고 일축했다. 카탈로그조차 보여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어떤 제품이 내게 맞을지 비교할 기회조차 없었다.

중저가폰 성능이 다양화되는 추세에 역행하는 행태다. 단순히 `가성비`만을 강조하던 이전과 달리 블루투스 스피커를 제공하는 팬택 스카이 `아임백`이나 듀얼카메라를 장착한 LG `X캠`처럼 중저가폰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전 정보가 없으면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가 상당수다. 특히 휴대폰 스펙을 비교해 보기 어려운 노년층은 `정보 비대칭` 벽에 그대로 노출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소비자가 제조사만 보고 중저가폰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후 폰을 교체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스펙보다는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사용 목적으로 중저가폰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휴대폰 커뮤니티에서 중저가폰 문의 글이나 거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저가폰 판매량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29.6%에서 12월 38.0%로 늘었다. 특히 40만원 미만의 저가폰 성장세는 같은 기간 18.5%에서 29.7%로 뚜렷했다.

업계는 중저가폰 확대에 대해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적한다. 대리점과 판매점 입장에서는 제조사 리베이트가 많이 붙는 삼성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정보 비대칭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조사에도 피해로 돌아간다. 치열한 중저가폰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은 도태된다. 하나의 제조사가 시장을 독점할 때 남는 것은 제조업 생태계의 고사(枯死)다.

그나마 스카이 아임백 출시 이후에는 대리점, 판매점 직원이 나서서 해당 제품도 추천하는 모양새다. 중저가폰 시장의 정보 비대칭은 제조사와 판매점, 소비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는 상황을 연출할 뿐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