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 기업결합 심사보고서]인수합병 선언에서 보고서 발송까지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합병을 전격적으로 선언한 이후 방송통신 진영은 양분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날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에 발송한 만큼, 이전의 갑론을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그럼에도 기업결합 심사보고서에 담긴 경쟁제한을 완화하는 조치에 따라 이해 집단간 새로운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Photo Image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선언 이후 7개월 여만에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일단락됐지만 미래창조과학부의 인가 심사,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와 같은 후속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인수합병(M&A)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 인수·SK브로드밴드 합병 추진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SK브로드밴드와 합병, 글로벌 최고 수준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를 만들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대했다. CJ헬로비전 합병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지배력을 유료방송으로 전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는 양보 없는 여론전을 전개했다. SK텔레콤이 정부에 M&A 인가신청서를 제출하기 이전인 11월에도 KT와 LG유플러스는 각종 토론회·설명회·세미나를 잇따라 열어 M&A 반대에 전력투구했다. 이렇다 할 대응을 자제한 SK텔레콤은 M&A 발표 이후 한달 만인 12월 1일 미래부, 방통위, 공정위에 M&A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KT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인가신청서 제출 다음날인 12월 2일 이형희 총괄 주재로 M&A 설명회를 개최해 정면 돌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이 총괄은 미디어 경쟁력 제고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주제로미디어 플랫폼·콘텐츠산업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5조원 투자가 새로운 투자가 아니라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연간 투자의 합계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Photo Image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에 대한 찬반 논쟁은 지난해 연말 미디어 전문가 진영의 참여로 확전됐다. 지난해 12월에만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미디어경영학회가 잇따라 세미나를 개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미디어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이렇다 할 대안 제시도 없어 갈등과 혼란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016년에도 합병 찬반 논쟁은 지속됐다. 올해 초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정부가통합방송법 확정 이후 합병 인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SK텔레콤은 권 부회장의 주장이 법률적으로 옳지 않다며 반박했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이목이 집중되자, 국회도 개입했다. 19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던 1월 말 이재영 의원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영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수합병을 최종 결정하는 미래부는 2월 통신과 방송을 주제로 두 차례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2월부터 시민사회단체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의견을 본격적으로 개진하기 시작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는 독점 규제와 방송 공공성 보장을 요구하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정부에도 이같은 입장을 제출했다.

CJ헬로비전은 같은 달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당초 예정된 인수합병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임시 주총 이후에는 주총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어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과 합병 법인이 3200억원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Photo Image

3월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 여부 기준이 될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와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됐다. 하지만, 인수합병을 판단하는 확실한 척도로는 못 미쳤다.

당초 예상보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자 공정위와 미래부간 신경전이 드러나기도 했다. 5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공정위 심사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조기결론을 촉구했다. 다음 날에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심사기한이 지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M&A 첫 관문인 기업 결합 심사보고서 발송, 공정위는 이달 중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심사보고서에 대한 SK텔레콤 의견을 접수하고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다.


김원배 통신방송 전문기자 adolfkim@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