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 위한 99% 희생…LG유플러스 휴대폰 다단계가 1인창조라니…

Photo Image

휴대폰 다단계 판매가 `창조경제`로 둔갑했다. 마케팅 혁신 기법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자산업` 행세를 한다. 정부로부터 혁신기업 인증을 받는가 하면 일자리 창출 공로로 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휴대폰 다단계를 뜯어보면 실상은 `1%를 위한 99% 희생`임이 금방 드러난다. 더욱이 상위 1%와 99%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뒤늦게 합류한 사람일수록 돈은 벌지 못하고 `남 좋은 일`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다단계 업체가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둔갑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 휴대폰을 다단계로 판매하는 IFCI를 `경영혁신형 중소기업(메인비즈)`으로 선정했다. 메인비즈는 최근 3년간 경영혁신 활동으로 마케팅이나 조직관리, 생산성 향상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는 점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다. 메인비즈에 선정되면 정부가 인정한 우수기업으로 홍보할 수 있는 데다 각종 금융·컨설팅·수출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은 방송통신위원회가 IFCI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 불법행위가 속속 드러나던 때다. 불과 두 달 뒤인 9월 9일 방통위는 IFCI가 단통법상 `지원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했다. 무려 5만6000여명에게 고가단말기와 고액요금제를 구입하거나 가입하게 하고 쉽게 해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과태료는 고작 프리미엄급 단말기 가격이였다.

물론 중기청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IFCI가 불법을 저지른다는 사실은커녕 무슨 일을 하는 업체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중기청 관계자는 “IFCI가 `무선통신업`을 하는 업체로만 알았을 뿐 다단계를 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면서 “업종만 확인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올해 5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IFCI에 대해 △가격제한 160만원 초과상품 판매 △다단계 판매지원자에게 연간 5만원 이상 부담 △법정 후원수당 한도 초과 등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피해를 본 사람이 7만명을 넘는다.

◇휴대폰 다단계가 `1인창업` `창조경제`

2011년 설립된 IFCI는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인다. 첫해 20억원이던 매출은 2014년 624억원으로 불과 3년 만에 30배 넘게 급증했다. 1700여명이던 판매원 수는 3년 후 10만9000여명으로 60배 이상 늘었다. 폭풍 성장이다. 이 회사 주주는 지난해 비앤에스솔루션을 인수했다.

IFCI는 성장세를 `창조경제`로 설명한다. 독자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자랑한다. 휴대폰 다단계 판매자를 `1인기업` `1인창업`이라고도 한다.

이는 이 회사 임원 등급 판매원이 모여 쓴 `1인 기업가의 꿈`이란 책을 보면 잘 나타난다. 임원에 오른 수백명 판매원들이 700여 페이지에 걸쳐 휴대폰 다단계를 시작한 계기와 장점 등을 나열했다. 책에는 `창조경제, 접속의 시대 플랫폼을 구축하라`는 서문이 실렸다. 네트워크 마케팅 전도사로 활동하는 한 대학교수는 서문에서 “창업과 연계된 생활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대기업 유통채널로만 성장해오던 통신 등 생활필수 서비스도 네트워크 마케팅과 결합해 시스템에 단순 접속만으로도 `선도정보`를 전달하는 `융복·환승 플랫폼 비즈니스`를 창업해 `1인기업가·프로슈머`들이 주도하는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썼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1인기업`과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권영성 IFCI 대표사업가도 `책을 내며`라는 글을 싣고 “민초들의 삶 전부가 2만8000달러 시대를 따라갈 수는 없다. 정부 지원만을 기다리며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라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결단하고 2012년 11월 새로운 마케팅, 즉 공유마케팅을 선보였고 업계 1등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권 대표사업가는 지난해 말 한 신문사가 주최한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대상`에서 일자리창출부문 산업발전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이 신문사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다.

◇휴대폰 다단계 실상은 `1%를 위한 99% 희생`

휴대폰 다단계가 빠른 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적인 차원의 이야기다. 질적인 측면을 따지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거의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숫자는 의미가 없다.

공정위 통계를 보면 2014년 10만명이 넘는 IFCI 판매원 가운데 9만명 정도는 월 4만원도 벌지 못한다. 연간 한 푼도 벌지 못한 사람은 4만명이나 됐다. 최상위 1% 미만에 속한 사람만 연간 1000만원 넘는 돈을 벌었다. 1%에 든 사람에게는 휴대폰 다단계가 축복임에 틀림없지만 나머지 99%는 1%에게 좋은 일만 해주는 셈이다. 더욱이 방통위와 공정위 조사결과에서 보듯 99% 속한 사람 상당수는 돈을 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가요금제 등에 가입해 계약기간 내내 고통 받는다.

1%라는 숫자는 `법칙`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대다수 휴대폰 다단계 업체에서 관찰된다. 최상위 1%가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다. 다른 휴대폰 다단계 업체 NEXT 역시 2014년 상위 1%가 1인당 연간 2145만원을 벌었다. 상위 6%에 든 사람은 151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나머지 94%에 속하는 사람은 연간 26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하위 40%가 1년간 번 돈은 7639원에 불과했다. 휴대폰과 건강식품을 함께 취급하는 에이씨앤코리아도 2014년 상위 1% 1인당 1430만원을 번 반면 하위 70%는 20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휴대폰 다단계를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1%에 들어가는 사람도 많아지겠지만 99%에 해당하는 사람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IFCI 후원수당 지급분포도를 보면 2011년에는 상위 1%가 606만원을 받았고, 나머지 전체는 81만원 정도를 벌었다. 1%와 나머지가 버는 금액 비율이 88대 12다. 이 비율은 2012년 90대 10, 2013년 94대 6, 2014년 95대 5로 점점 벌어진다. 갈수록 상위 1%가 이윤을 독식하고 나머지가 가져가는 몫은 줄어드는 것이다.

관련기사 더보기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