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종영을 앞두고 있는 케이블방송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의 결말을 놓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시청자들의 염원대로 행복한 결말을 맞을지, 남자주인공 박도경(에릭 분)이 죽는 새드엔딩일지 결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드라마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을 바라고, 대다수의 작품들이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
반면 드물게 비극으로 마무리된 드라마들도 여럿 있다. 이런 작품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개운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여운이 강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기도 한다.
◇ ‘가을동화’
지난 2000년 방송한 KBS2 ‘가을동화’는 네 남녀의 사랑과 이별, 아픔에 대한 슬픈 사랑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배우 송승헌, 송혜교, 원빈, 한채영 등이 출연했다.
방영 당시 4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이 드라마는 새드엔딩의 전형적인 구성을 따른 드라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 은서(송혜교 분)는 어린 시절 친오빠인줄 알고 지냈던 준서(송승헌 분)와 사랑에 빠지지만 백혈병에 걸린다. 두 사람은 바닷가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고, 은서는 준서에게 업힌 채 눈을 감았다.
장례식을 마친 후 준서는 은서와 함께 걷던 거리를 걷던 중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트럭을 보지만 피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트럭에 치이고, 은서의 뒤를 따르는 비극으로 드라마는 마무리된다.
◇ ‘미안하다 사랑한다’
‘밥 먹을래 나랑 잘래’라는 대사로 유명한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도 비극으로 끝난 드라마 중 하나다.
지난 2004년 방송한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 호주에 입양된 후 거리의 아이로 자란 차무혁(소지섭 분)이 송은채(임수정 분)를 만나 지독한 사랑을 하는 내용이다. 특히 주연을 맡은 소지섭과 임수정의 케미가 돋보였고, 신인이었던 배우 정경호가 뛰어난 연기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극 중 차무혁은 본인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엄마 오들희(이혜영 분)가 키운 아들 최윤(정경호 분)을 위해 자신의 심장을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그는 오토바이를 탄 채 스스로 교통사고를 내며 목숨을 끊었다.
심장이 좋지 않았던 최윤은 심장을 이식 받고 건강을 되찾지만 차무혁을 사랑했던 송은채는 1년 후 그가 묻힌 호주에서 약을 먹고 자살하는 새드엔딩으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끝났다.
◇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았던 소지섭은 같은 해 방송한 SBS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도 박복한 운명이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조인성과 하지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지난 2004년 초 방송을 시작한 주말드라마로, 이수정(하지원 분), 강인욱(소지섭 분), 정재민(조인성 분), 최영주(박예진 분) 네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강인욱은 회사 공금을 횡령한 후 이수정과 발리로 떠났고, 두 사람이 발리로 갔다는 소식을 들은 정재민 또한 발리로 향했다.
호텔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인욱과 이수정을 목격한 정재민은 분노에 못 이겨 두 사람을 권총으로 저격했다.
강인욱은 즉사했고 이수정은 정재민에 사랑한다는 말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정재민은 괴로워하며 총구를 본인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주인공 세 명이 모두 죽는 충격적인 결말로 끝맺음했다.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ㆍ‘지붕 뚫고 하이킥’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시트콤에서도 새드엔딩은 존재한다. ‘LA 아리랑’,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하이킥’ 시리즈, ‘감자별’ 등 수많은 인기 시트콤을 탄생시킨 김병욱 PD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은 손에 꼽히는 새드엔딩 시트콤이다.
지난 2000년 12월 첫 방송을 시작해 약 1년3개월 동안 인기리에 방영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마지막 회에서는 엄마 역할을 맡았던 박정수가 자궁암에 걸려 사망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신세경과 최다니엘의 동반 교통사고 사망이 엔딩이었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가던 도중 화면은 흑백으로 변했고, 이는 두 사람의 죽음을 암시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첫 회부터 방송 기간 내내 유쾌한 웃음만 전해주던 시트콤이기 때문에 새드엔딩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한 방송관계자는 “드라마는 보통 해피엔딩이라는 공식을 따른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렇게 끝나기를 원하고 상업적으로도 해피엔딩이 훨씬 더 효과가 있다”며 “반면 새드엔딩은 전형적인 드라마 공식의 틀을 깬다는 점 때문에 희소가치가 있다. 특히 개운한 해피엔딩과 달리 여운이 길게 남아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기억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