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0년이 안 된 시간 동안 인류는 세 번의 산업혁명을 겪었다. 18세기에 증기기관을 시작으로 한 1차 산업혁명이 있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한 대량 생산 체계가 두 번째 혁명을 이끌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인터넷으로 촉발된 3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휩쓸었다. 지금 인류의 생활 방식과 사회경제 운영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산업혁명은 사물에 기계력을 부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리고 이들 혁명은 사실상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인류의 노력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혁명을 기점으로 프랑스에서는 공교육을 시작했다. 공교육은 유럽인의 문맹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국민을 교육시킨다는 것은 당시로선 혁신 아이디어였다. 독일에서는 산업혁명을 기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었다. 영국에서는 세금제도를 창안해 냈다. 산업 활동 과정에서 국가가 돈을 벌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4차 혁명은 범위와 강도에서도 기존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물이 스스로 분석하고 생각하도록 하는 극적 전환이 핵심에 자리한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혁명 대열에 동참했다. 독일 인더스트리4.0, 미국 산업인터넷, 일본 로봇 신전략, 중국 제조 2025 계획 등이 대표 사례다. 자국의 강점을 기반으로 미래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미국은 공장과 기계 설비 등을 클라우드 공간에서 처리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해석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를 위해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시스코, 인텔 등 163개 관련 기업과 단체가 어우러졌다. 독일은 공장의 고성능 설비와 기기를 연결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조업 강국의 생태계도 동시에 살린다.
일본은 로봇 기반의 산업 생태계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다. 기반은 로봇, 사물인터넷(IoT), AI를 연계한 지능로봇화 플랫폼이다. 중국은 방대한 내수 기반의 스마트시티와 13차 5개년 계획을 연계한다. 인도는 `디지털 인도`라는 모토를 내세워 인프라와 행정서비스 온디맨드에 역량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20세기 후반의 정보혁명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했다. 이어 정보혁명 선도 국가 반열에 진입했다. 근대 산업혁명 때와 달리 이번에는 선두 주자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 위치했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출발선에 있는 참여자들은 경쟁 관계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협력자가 되기 때문이다. 때 맞춰 각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분위기가 고조된다. 신산업혁명의 선봉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강점을 살리고 역량을 결집하자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하지만 뚜렷한 청사진이 없다. 우리가 주도하면서 우리 체질에 맞는 변화의 키워드를 찾지 못한다. 산업혁명은 미래 한국의 방향을 결정한다. 생활방식과 사회·경제 운영 방식을 바꿔 놓을 수 있다. 단순히 산업 관점에서의 변화를 예측한다면 착오다.
정보의 불균형, 부의 쏠림, 저출산, 실업 등은 국가 해결 과제다. 삶의 피로도와 좌절감이 사회·경제 측면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감안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이 요구된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기술 혁신과 소비 수요를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0~30년 후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설계도가 지금 필요하다.
윤대원 SW콘텐츠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