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2년 간 유예기간이 존재해 당장 관세 등의 여파가 없지만, 그 이후에는 영국과 무역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에 가져올 여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연간 유럽에서 84만대, 영국에서만 17만대 가량 판매하는 현대·기아차는 두 시장에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은 지난 23일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환율정책, 유럽시장 판매전략, 영국시장 판매전략에 대해 재검토를 실시하고 있다. 당초 계획에 없던 브렉시트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게 됐지만, 장기적으로 관세에 대한 부담으로 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또 유럽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게 되면 자동차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세에 대한 부담은 당분간 없다고 판단했다.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영국이 실제 EU를 탈퇴하기까지 2년 이라는 유예기간이 남아있다. 때문에 2년 간 한·EU FTA 효과도 지속된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유럽 자동차 시장 전반적인 소비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 지난해 EU 28개국 승용차 등록대수는 1371만대를 기록했다. 이 중 영국 자동차 시장은 263만대로, EU에서 독일(321만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 규모로, 파급 효과가 큰 시장이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영국에 수출한 물량은 16만6852대로, 유럽 전체 판매(84만4000대) 19.8%를 차지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현지 공장에서 유럽 물량을 공급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지만, 2년 뒤 영국 수출용 승용차와 상용차에 각각 10%, 22% 관세가 부활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반면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영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관세가 부활하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다만 영국을 제외한 유럽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브렉시트로 국산차에 유리한 측면도 발생할 수 있다. 영국에 생산기지를 둔 일본차들은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국가에 수출할 때 오히려 관세를 부담해야 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화 강세, 원화 가치 하락 측면에서 수출 중심인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 더욱 유리할 수 있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인 정책은 새롭게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환율과 관세, 시장 규모 등 전반적으로 여파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최근 성장해오던 영국산 수입차들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되는 영국산 자동차는 6개 브랜드, 70개 모델에 달한다.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판매량은 총 8851대로,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판매량(9만3314대)의 9.5%를 차지했다.
영국산 자동차들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8%이던 관세율(1500㏄ 이상)이 2011년 7월부터 점차 낮아져 2014년 7월 관세가 전면 폐지됐다. 자동차 부품은 2011년 7월부터 관세가 붙지 않는다. 2년 뒤에는 이 같은 관세 혜택이 사라질 전망이다.
영국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아직 영국 본사의 입장이 나오지 않아 전망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2년의 시간이 있는 만큼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