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세무조사` 청원 운동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서명 대상을 일반인으로까지 확대했다. 회사 측과 대한항공 일반 노조, 조종사 새노조는 해사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회사와 조종사 노조, 복수의 노조 간 내홍이 심각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기존 노조 사무실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받던 `대한항공 세무조사 청원 서명`을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우편 접수 형태로 병행하기 시작했다.
조종사 노조는 앞서 제출한 청원서에서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조원태·조현민(조에밀리리) 남매가 지분을 100% 보유했거나 보유 중인 계열사 `사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 등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조종사 노조는 사이버스카이가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시작되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3남매 보유 지분을 대한항공에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에어와 진에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을 통해 조 회장 일가만 이득을 누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사측과 대한항공 일반 노조, 조종사 새노조 등은 부정적 입장이다. 일반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조종사 노조가 세무조사 청원 등과 같은 의혹 제기로 회사와 직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종사 새노조 역시 긴말한 협의와 준비 없이 자체적으로 투쟁만 벌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병호 대한항공 인력본부장은 “조종사 노조가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처우개선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외면한 채, 오로지 선동와 외부 투쟁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서명이나 집회 등 투쟁 일변도의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기를 바라고, 해사(害社) 행위를 하면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사 노조가 이처럼 사측을 압박하는 것은 임금인상 요구안과 사측 제시안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조종사 노조는 2015년도 임금 37% 인상을 요구하며 협상을 벌였지만 사측이 1.9% 인상을 고수했다. 노조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조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임원 평균 임금이 전년 대비 14% 늘어난 반면, 대한항공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2.4% 인상에 그쳤다.
한편 세무당국에 따르면 대한항공 세무조사 계획은 없다. 구체적 정황이 밝혀지지 않았고,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은 조사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세금포탈과 일감 몰아주기 등이 발견돼야 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