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유엔이 하는 일에 기업을 참여시키기 위해 만든 산하 조직이다. 이전까지 유엔 활동이 주로 정부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UNGC가 탄생한 이후로는 각국의 기업과 단체가 활발하게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8800여개 기업을 포함해 세계에서 1만4000여 회원사가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KT를 포함해 290여 회원사가 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발의로 2000년 창설된 UNGC는 2004년부터 `리더스 서밋`을 3년마다 운영하고 있다.
5회째를 맞은 올해 리더스 서밋에서 첫 연사로 나선 황창규 KT 회장은 통신사 로밍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감염을 막자는 아이디어를 제시, 유엔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일반 견해로 생각하기 어려운 놀라운 발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발표 도중에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한국의 조류독감(AI) 확산 방지 사례가 동영상으로 제시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황 회장은 “연설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가는데 리스 킹고 UNGC 사무국장이 생각지도 못한 제의를 해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면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을 대표해 유엔에서 이런 제의를 할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KT는 1년여 전부터 빅데이터 이니셔티브를 UNGC에 상정하기 위해 교섭을 진행해 왔다. 현재 UNGC 사무국이 각국 전문가와 함께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번 황 회장 연설을 계기로 그 기간이 단축되기를 KT 측은 희망했다. 하지만 UNGC는 강제력이 없는 국제기구여서 황 회장의 제안이 현실화되려면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