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지털복지다](6)이스라엘편-노트북 하나로 CEO를 꿈꾸다

인구 300명당 스타트업이 한 개 꼴로 있는 도시, 2년도 안 된 스타트업이 4000억원에 팔리는 도시, 350개 글로벌 기업 연구센터가 들어선 도시는 어디일까. 단돈 50달러와 노트북 하나면 누구나 CEO가 될 수 있는 도시, 바로 이스라엘 텔아비브다. 우리나라 서울 서초구만한 도시에서 일군 위대한 성적표다. 진정한 복지는 스스로 살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라 말하는 텔아비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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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브러리에서 내려다본 텔아비브 시내 전경.

이스라엘은 종교 이미지가 강한 나라다. 기독교와 가톨릭 등 세계적인 종교가 이곳에 뿌리를 뒀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교육으로 유명하다.

안식일(토요일)이면 사람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도 가동을 멈추는 엄격한 종교가 지배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 적어도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 눈으로 본 텔아비브는 그동안 알던 이스라엘이 아니다. 아니 새로운 이스라엘이다.

거룩한 안식일(토요일)에도 밤늦도록 거리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 양쪽 앞머리를 기른 채 검은색 양복과 모자를 `깔맞춤(색깔을 맞춤)`한 유대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에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듯 말이다.

길라드 우지엘리 텔아비브시청 재무부서장은 텔아비브를 `멈추지 않는 도시(Non stop city)`로 표현했다. 종교라는 틀에 갇혔던 부모 세대와 달리 이스라엘 젊은이는 수천년 동안 이어온 종교적 전통을 깨고 무섭도록 변하고 있다. 성경에서 엄격하게 금하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게이 축제가 시내 한복판에서 열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적어도 텔아비브에서는 그렇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경제와 교육 관념이다.

이스라엘 경제와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한다. 다음은 군대다. 이스라엘 사람이면 남녀를 불문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이 아닌 군대를 가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모병제지만 군대는 단절이 아닌 기회의 장이다. 이들은 군대에서 최신 기술을 접하고 끈끈한 인맥을 형성한 후 제대한다.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이스라엘 청년들이 기술과 인맥, 정부 지원을 만나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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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제 거리에 있는 소셜 랩 1층 내부 전경.

소셜 랩(Social Lab)은 미래 CEO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공간이다. 텔아비브시가 만들었다. 청년들이 임차료가 비싼 텔아비브에서 손해 보지 않고 계약하도록 돕는 일도 한다.

소셜 랩은 4층 건물이다. 부유한 가정집 같이 생겼다. 로스차일드 거리와 맞닿은 마제 거리에 있다. 1층은 전체 이용이 가능하다. 무얼 하든 상관없다. 곳곳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은 이미 청년들로 빈틈이 없다.

2층은 실제 사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장소다. 그래서인지 1층과 달리 여유롭다. 18~35세 청년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노트북PC와 한 달에 50달러다. 와이파이나 음료는 무료다. 정보 불평등은 없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바꿔야 할 문제는 적극적으로 시에 제안한다. 텔아비브시에서는 청년들을 시 현업부서에 인턴 형태로 배치해 상호 협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3층은 젊은 예술가를 위한 전시공간, 4층은 회의실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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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랩에서 만난 토머 와인스타인. 토머는 인공지능 건강관리 매니저 `앤디`를 개발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토머 와인스타인(Tomer Weinstein)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고 정보나 아이디어, 인맥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머는 인공지능 건강관리 매니저 `앤디(Andy)`를 만든다. 우수한 이스라엘 의료 기술을 중국 환자 치료와 관리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의사 진료를 매번 받기 힘든 환자 배려에서 출발했다. 담당의사가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이스라엘 의료기술이 자동으로 가장 적합한 처방을 내린다. 앤디는 환자가 처방대로 약을 먹고 음식을 가리는지, 적절한 운동을 하는지 확인한다. 환자에 따라 남자나 여자 캐릭터로 바꿀 수 있다. 이름은 달라지지 않는다.

맞은편에 앉은 드비르 쯔누아(Dvir Tsanua)는 청년들이 집을 얻을 때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적절하게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소셜 랩을 좀 더 발전시킨 형태가 협업 공간(코워크 스페이스)이다. 스타트업 산실이다.

소셜 랩과 다른 점은 나이 제한이 없는 대신 IT 기업만 이용할 수 있다. 사업이 구체화돼야 들어올 수 있다. 혼자서도 안 된다. 팀을 꾸려야 한다.

시에서 운영하다 보니 저렴하다. 집주인에게 내는 월세 외에 시가 부과하는 세금 절반 이상을 아낄 수 있다. 이용료는 한 달에 50달러다. 인터넷과 커피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자리를 비우기 무섭게 들어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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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 스타트업의 산실 `더 라이브러리` 내부 전경. 스타트업 CEO들이 자유롭게 앉아 일을 하고 있다.

에하드 하엠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찾았다. 텔아비브 스타트업 성지다. 텔아비브 최초 도서관이라서 이름도 그냥 `도서관(The Library)`이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이탈리아식 건물 지붕과 지중해가 압권이다. 우스갯소리로 멋진 경관 때문에 없던 아이디어도 생길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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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브러리에서 만난 아브너 샤케드.

아브너 샤케드(Avner Shaked)는 이곳으로 온 지 3주됐다. 창업 초기다 보니 비용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멋진 경관과 시에서 제공하는 강력한 네트워크는 덤이다.

아브너는 웹디자이너다. 몇 년 동안 텔아비브를 떠나 세계를 떠돌며 여행했다. 간간히 웹디자인으로 일도 하며 여비를 모았다. 텔아비브로 다시 돌아온 것은 1년 전이다.

아브너는 친구와 함께 오픈코스(Opne Course)라는 교육 공유플랫폼을 만들었다. 오픈코스 사이트에 자신이 가진 지식을 가르치는 공부방을 개설하면 된다. 우리나라 과외 사이트와 유사하다. 다른 점은 학교 성적을 위한 수업은 일부다. 웹디자인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물론이고 서핑이나 꽃꽂이도 가능하다. 아브너는 다양한 지식 공유를 관광상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텔아비브 여행객을 위한 집중 코스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텔아비브에 머무르면서 지중해에서 서핑을 배우는 것이다.

아브너는 수업료 15%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학생이 장소를 제공하면 해당 학생은 무료다.

아브너는 “적은 비용으로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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