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9>경제 위기하에서 경영하는 법 ? 실행(實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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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가 닥치면 회의는 많아지고 몸은 바쁘지만 실행력은 저하된다. 위기 대책에 대해 다들 잘 알고 곧바로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폭 줄어든 경영 자원을 어떤 우선순위로 배정하느냐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위기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지만 혜안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혜안으로 찾아 낸 대책을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에서 올바른 실행이란 방향과 속도가 모두 정확해야 한다. 전 조직이 비전을 향해 잘 정렬돼 있어야 하고, 경영에서의 빠르고 정확한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전 임직원이 회사의 비전, 미션, 골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위기 때는 급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일에 손 쓸 겨를이 없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뒤로 미루면 회사의 회복 탄력성이 악화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면 전환을 꾀하기가 힘들어진다.

올바른 전략을 짜려면 지난 번 칼럼에서 얘기한 혜안이 필요하다.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해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잘 판단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전략의 `략(略)`은 생략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가 닥치면 당황한 나머지 뭐든 최선을 다해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더 빨리 망하게 된다. 경제 위기 속에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 가운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찾아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방향이 정해지면 그다음은 속도다. 속도는 무조건 빨라야 한다. 정해진 방향 내에서 전 조직원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강한 조직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빠른 조직이 이긴다. 당연히 빠른 조직의 실행력이 높다. 빠른 조직이란 수평적으로는 조직 간에 벽이 없고, 수직적으로는 계층이 적어야 한다. 구글의 `피자 두 판의 법칙`처럼 각 팀의 규모가 피자 두 판만으로 회식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가 돼야 한다. 팀원의 규모가 작아야 업무 분장과 책임이 확실해진다. 평소에 몸을 가볍게 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을 훈련시켜 놓아야 한다.

그다음은 위임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조직들은 결재와 합의 때문에 수많은 회의와 면담을 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은 굉장히 투명한 것 같아도 엄청난 행정 낭비를 안고 있다. 위기가 올수록 윗사람은 더욱 더 까다롭게 승인과 결재를 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경제 위기가 닥쳐 오면 실행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막상 위기가 닥치면 진흙 구덩이에서 헛바퀴 돌 듯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본래 여러 사람이 합의하는 전략은 대부분 평범한 것이다. 합의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고 논리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편타당한 전략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 때 그런 보편타당한, 어느 부서에도 서로 손해를 보지 않는, 희생을 무서워하는 그런 방안으로 진흙에 박힌 기업을 끌어낼 방법은 없다.

경제 위기 때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은 우선 경영자가 전권을 쥐고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으로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갑옷도 입지 않은 채 전면에 서서 지휘하는 그런 리더쉽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그런 경영자가 돼야 한다. 이런 경영자는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한다. 그러면 조직의 실행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위기 때 실행력이 없는 것은 지도자의 무능 때문이다. 평소에 혜안을 갖기 위한 정보시스템에대해 투자하지 않았고, 정보시스템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시장과 고객과 직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직원들을 내보낼 생각만 하고 있다면 경영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무책임한 경영자들은 위기 때 정부나 외부의 지원을 받아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지 자신의 실행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엄두는 내지도 못한다. 현장에 관해 아는 것도 없고, 임직원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잘 모르고, 각종 위기 대책에 대해 자신감도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실행력은 결국 최고경영자(CEO)의 능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

실행력도 혜안과 같이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임직원을 무조건 닥달한다고 실행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기획 위주가 아닌 실행 위주의 행동주의 문화가 정착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계획이 아닌 결과를 놓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디지털 경제 아래에서는 천천히 잘하는 것보다 허점이 있더라도 빠르게 하는 것이 더 유효하다.

결국 위기 극복을 위한 혜안과 실행력도 평소에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고, 위기 도래 이전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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