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큰 흐름 중 하나다. 도심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주말이 되면 친구, 가족, 연인 등과 함께 지친 `심신(心身)`을 달래기 위해 캠핑을 떠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짐을 많이 실을 수 있고 힘도 좋은 레저용차량(RV)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 RV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미니밴이다. SUV는 본래 산길, 모래 등 비포장 도로에 적합한 차량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승차감과 편의사양을 보완한 도심형 SUV가 인기를 얻고 있다. 미니밴은 기아차 `카니발`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혼다 `오딧세이`, 토요타 `시에나` 등 일본산 미니밴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혼다 미니밴 오딧세이는 1994년 미국 시장을 겨냥해 처음 내놓은 미니밴이다. 북미에서는 매년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이다. 북미 시장에서만 1994년부터 2015년까지 약 240만대가 팔리며 미니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뽑은 `2016 가족을 위한 최고의 차`에 선정돼, 6년 연속 가족을 위한 최고의 미니밴으로 뽑혔다. 또 미국고속도로보험협회(IIHS) 평가 미니밴 클래스 최초이자 유일하게 최고 안전 등급 `TOP SAFETY PICK+`를 획득해 높은 안정서도 인정받았다.
지난 22일 혼다 올 뉴 오딧세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을 다녀오는 약 450㎞ 거리를 시승했다. 올 뉴 오딧세이는 미국시장을 겨냥한 만큼 실내공간과 주행성능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특히 실용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실내는 가족에게 여행을 가고 싶게끔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느껴졌다.
올 뉴 오딧세이의 첫인상은 `튼튼함`이었다. 넓으면서 무게중심을 낮춘 전면부는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크롬도금 처리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큰 헤드램프는 튼튼해 보이는 인상을 완성했다. 측면라인은 다른 미니밴들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후면부는 LED 리어 램프와 동일한 색상의 라이트바를 장착해 시안성이 높았다. 타이어는 18인치를 장착해 안정적 주행을 가능케 했다.
실내는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에 위치한 2중 LCD 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오디오, 공조장치 등을 담당했고, 다른 하나는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게 제작됐다. 다만 상단 스크린의 경우 너무 깊게 장착돼 운전석에서 조작이 쉽지 않았다. 위치를 좀 더 밖으로 빼내고 하단 스크린 크기를 줄이면 좀 더 실용적일 것 같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는 푹신한 느낌이었다. 마치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스티어링휠은 일반 승용차보다는 큰 편이었다. 여성 운전자들은 조금 불편할 것 같았다. 두께는 적당한 편으로 잡는 느낌이 좋았다. 스티어링휠을 감싸고 있는 가죽도 질감이 좋았다. 센터콘솔(중앙수납함)에는 컵홀더 2구와 넓고 깊은 수납함이 위치하고 있었다.
뒷좌석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최적화돼 있었다. 천장에 장착된 9인치 모니터, DVD 플레이어, 무선 헤드폰(2세트), 리모컨으로 이뤄진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장거리 여행에 지루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영화관 혹은 콘서트홀이 될 것 같았다. 2열 시트는 3인승이지만, 개별 공간이 보장돼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60대 40` 분할 폴딩되는 3열 시트도 성인 2명 또는 어린이 3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편이었다. 다만 각도 조절이 안되는 것은 아쉬웠다. 3열 시트는 시트백 뒤쪽의 끈을 당기면 뒤쪽으로 플로어 폴딩이 됐다. 좌우 윈도와 테일 게이트 쪽의 개방감도 넉넉했다. 각종 수납공간은 SUV보다 훨씬 많았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의 탈착이 가능한 쿨 박스를 시작으로 15개의 음료수 홀더 및 야채 걸이 등 편의장치가 많았다.
올 뉴 오딧세이는 `3.5리터 가변실린더(VCM)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5.0㎏·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덕분에 공인연비는 복합기준으로 9.1㎞/ℓ에 달한다. 경쟁모델인 시에나(8.5㎞/ℓ), 카니발 리무진 가솔린 모델(8.3㎞/ℓ)보다 뛰어나다.
올 뉴 오딧세이는 큰 덩치와 각종 편의장비 때문에 공차중량만 2065㎏에 달하는 `헤비급` 차량이다. 하지만 3.5 VCM 엔진은 중·저속에서는 부드러운 주행을, 고속구간에서는 날카로운 움직임을 각각 선보였다. 특히 시속 80~120㎞ 속도에서는 대형세단 못지않은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00㎞ 이상 속도에서도 힘찬 가속이 가능했다. 다만 가솔린 차량인 만큼 고속구간에서는 연비가 5㎞/ℓ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시속 80㎞대에서는 약 10~12㎞/ℓ의 `고연비`가 가능했다. 이번 시승을 마치고 얻은 최종 연비는 10.7㎞/ℓ였다. 고속도로를 주로 달렸지만, 급가속과 정거를 많이 한 상태에서도 높은 연비가 구현됐다.
올 뉴 오딧세이의 국내 시판 가격은 5020만원이다. 수입 미니밴 중 유일한 8인승이면서 경쟁모델인 토요타 `시에나`(5090만원)보다 저렴한 가격을 갖췄다. 국산 미니밴 카니발 리무진(3701만원)이 가격 경쟁력이 높지만,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아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