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리얼리티와 모큐멘터리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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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각본이 짜여 있는 드라마와 리얼리티의 만남.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를 결합한 신개념 예능 ‘연극이 끝나고 난 뒤’가 베일을 벗는다.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케이블방송 tvN 새 예능프로그램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손창우 PD를 비롯해 배우 하석진, 윤소희, 안보현, 신승환, 그룹 걸스데이 유라, 비투비 이민혁이 참석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하나의 프로그램 속 드라마와 리얼리티 2개의 장르가 섞인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포맷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속 로맨스 드라마 ‘아이언 레이디’와 카메라가 꺼진 후 연기자들의 실제 모습, 남녀 배우 간의 미묘한 감정 기류 등 꾸밈없는 일상을 시청자에게 동시에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카메라 뒤 실제 관계는 어떨지, 극 중 러브라인이 현실에서도 이어질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드라마와 현실을 넘나들며 리얼 로맨스를 보여주는 색다른 전개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손 PD는 “지성-이보영, 안재현-구혜선,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등 사랑하는 연기를 하다가 실제로 결혼까지 한 커플들이 여럿 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도 그런 감정이 드는지 궁금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하며 “배우들이 실제로 촬영이 끝난 후 자주 만나며 우리가 원하는 리얼리티 그림을 잘 표현해줬다”고 전했다.

배우들 또한 실제로도 촬영을 하면서 애틋한 감정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안보현은 “촬영을 하다가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가능할까 의문을 가졌는데 저도 모르게 여배우들에게 애틋한 감정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재 촬영은 전부 끝난 상태지만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거나 영상통화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애틋한 감정들이 생겨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고 다른 배우들도 안보현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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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하지만 ‘연극이 끝나고 난 뒤’가 시청자들의 근본적인 궁금증을 해결해 줄지는 의문이다. 커플 설정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경우 대부분이 서로 좋아하는 척 연기했고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는 건 대중은 잘 알고 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의 출연자들 모습 또한 마치 관객들을 앞에 앉혀놓고 리얼한 연기를 펼치는 연극배우들을 연상케 했다. 행사 내내 “정말 좋은 감정이 생겼다”, “촬영 후에도 계속 생각이 난다” 등의 발언을 무미건조하게 되풀이했고, 일명 ‘꽁냥꽁냥’(연인끼리 서로 부드럽게 귓속말을 한다는 뜻의 신조어)한 행동들을 반복하며 취재진에 작위적이지 않다는 점을 과도하게 강조하려는 듯 했다.

물론 이들 가운데 실제 커플이 탄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단순히 기획 의도를 맞추기 위해 비즈니스 마인드로 로맨스 연기를 펼치는 거라면 ‘연극이 끝나고 난 뒤’도 ‘우결’과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게는 ‘리얼리티’보다 ‘모큐멘터리’ 혹은 ‘페이크 다큐’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국내 방송에서 처음 시도하는 소재인 만큼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참신하고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리얼리티를 만들어냈을지 첫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다음달 2일 오후 9시45분 첫 방송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