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디지털 TV 보급사업 부진...예산부족으로 제조사 기대기만

정부의 저소득층 대상 디지털TV 보급 사업이 내년 하반기 종료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당초 계획과 달리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예산부족으로 기존 8개 모델은 6개로 줄어들었으며 2013년도 제품이 아직 그대로 보급되고 있다.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저소득층이 디지털TV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 전용 디지털TV 시청지원 사업`을 3년째 실시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사실상 TV제조사에 기대고 있다. 현재까지 저소득층 디지털 TV보급률은 60%로 일반가구를 포함한 디지털TV 보급률 85%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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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디지털 TV보급이 지지부진하게 된 원인은 중국산 저가제품 증가와 2013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TV 보급 모델에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부는 디지털TV 보급을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디스플레이에 TV수상기로 셋톱박스 없이 직접 디지털케이블 방송신호를 수신하도록 특수 제작된 TV를 납품받았다. 특수 제작되는 TV는 해마다 1만대 이상 생산해야 기업들이 생산원가를 맞출 수 있지만 정작 판매되는 TV는 매년 7000대 정도에 그쳤다. 미래부가 2013년 12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구매를 알선한 대수는 총 1만4923대였다.

게다가 매분기 TV가격 조정으로 TV판매가는 더 낮아져 기업은 손해를 감수하며 정부에 공급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29인치 모델을 철수했으며 대우디스플레이 32인치 모델마저 빠지면서 현재는 8종 모델에서 6종으로 줄어들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매년 20억원 안팎의 예산이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TV설치나 유통, 관리로 들어가 보조금은 생각할 수 없다”며 “예산부족으로 삼성전자 모델이 빠지는 등 디지털 TV보급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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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 매년 신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보급형 디지털TV를 재공모하기로 했으나 3년동안 모델은 변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온라인 몰에 있는 중국산 제품이 더 저렴해 저소득층 보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현재 온라인 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이얼 32인치 HD급 모델은 최저가 16만9000원, 하이얼 40인치 풀HD TV는 인터넷 최저가 29만1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클러어쾀이 내장된 LG전자 32인치 HD급 모델은 32만원, 삼성전자 40인치 풀HD급 모델은 50만5000원이다.

TV제조사 한 관계자는 “클리어쾀 TV를 별도 제작해야 하는 데 대량 판매가 아닌 제품을 매년 새로 내놓기는 어렵다”라며 “사회공헌차원에서 현재 공급 중인 TV판매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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