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배우는 작품에서 타인의 인생을 경험한다. 그렇지만 배우가 작품 속의 일을 실제로 겪기는 드물다. 스크린에서는 다양한 삶을 살지만, 배우 역시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배우 김혜수는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자신이 연기한 주인공 고주연과 비슷한 진폭의 감정을 느꼈다. 고주연처럼 김혜수도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비슷한 시기에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처음으로 느낀 이런 감정에 김혜수는 이 작품을 ‘운명’이라 여기게 됐다.
‘굿바이 싱글’은 대한민국 대표 독거스타지만 철없이 온갖 스캔들을 만드는 고주연이 ‘영원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대책 없이 임신 스캔들을 펼치는 코미디 영화다.
고주연은 알 것 다 알만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순진하게 사랑을 꿈꾸고, 연하남(곽시양 분)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는 인물이다.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은 주연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지만, 사실 주연은 외로운 여자다. 그는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황당한 사건을 벌이고, 덕분에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만난다. 김혜수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소중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편이라고 느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김혜수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 작품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에 끌렸다. 나 역시 주연이처럼 배우로 일할 때는 내 모습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비치는 사람이지만, 실제론 모순덩어리다. 3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당시 서로 격려하고 위로받으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었다. 큰일을 겪을 때 진짜 내 편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고, 가족이 아니라도 ‘이렇게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구나’란 감정을 너무 절실히 느꼈었다. 그런 상황에 이 이야기를 만났는데, 마음이 확 갔다. 참 묘한 운명이다. 이 시나리오가 만들어진 건 오래전 일인데, 하필이면 이 작품을 만들려고 할 때 개인 김혜수가 이 영화의 주인공과 유사 감정을 느낄지 누가 알았겠나. 나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겁내는 사람이라 이 작품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많았지만 ‘내 것인가’란 느낌이 들어서 하게 됐다.(웃음)”
김혜수가 자신과 닮은 고주연을 맡기로 한 이후, 김태곤 감독과 함께 의견 주고받으며 영화를 다듬었다. 그리고 그가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진짜’ 감정,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진심’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반짝거리는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 소개할까 생각했다. 우리는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소수의 약자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유쾌하기만 한 코미디가 아니다. 코미디로만 풀려고 했다면 제일 먼저 임신 스캔들 소동에 휩쓸리는 여중생 단지(김현수 분) 캐릭터를 수정했을 것이다. 너무 화려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지만 미성숙한 주연과 많은 보호 속에서 한없이 밝고 철없이 자라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 단지, 이 양 극단에 있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났고, 서로 다른 의도로 만난다. 하지만 이 우연한 만남으로 두 사람은 진짜로 갈구했던 진짜 감정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편이 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하는데, 사실 그 감정이 진짜라면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주겠다는 마음을 먹기 전에 이미 감수하고 있다. 이렇게 없는 감정은 억지로 만들 수도 없고, 억지로 포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이 다 알게 된다. ‘진짜가 있구나’란 느낌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굿바이 싱글’은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그 과정이 다소 공식화된 뻔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영화 속에는 김혜수가 느꼈던 ‘진짜’의 감정이 가득하다. ‘영원한 내편’을 찾은 고주연, 그리고 김혜수처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은 관객들에게도 뻔하지 않은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