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이제 더 이상 사회 이슈의 단면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슈를 형성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작품을 통해 대중이 알아야 할 것들을 전달하고 행동의 변화와 공감을 유도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픽션이라는 포장지로 덮인 작품에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으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다룬 ‘도가니’와 부산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변호인’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세상에 알렸던 이 작품들은 단순한 사실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이슈를 형성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받아 2016년 여름에도 사회 문제를 따끔하게 꼬집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영화들을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무서운 이야기3’는 보복운전, 묻지마 살인, 인공지능 공포 등 현실적인 공포 소재를 담았다. 3개의 에피소드와 하나의 브릿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은, 폭력과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세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인간의 모습들은 나약하면서도 극도로 이기적이다. 외계인이나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인간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남기는 작품이다.
‘무서운 이야기3’는 관객들에게 현실보다 더 현실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는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끄집어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특별수사’는 권력과 돈으로 살인까지 덮어버린 재벌가의 만행을 파헤치는 사건 브로커의 통쾌한 수사극을 담았다. 이 작품은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대구 택시기사 사건 등 다양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다.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은 2002년 한 대학생이 대기업 회장 부인의 지시를 받은 살인청부업자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사건 당시에는 묻지마 범죄나 원한관계에 의한 사건으로 여겨졌는데, 이후 ‘청부 살인’이라는 배후가 밝혀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경찰의 잘못된 범인 검거로 15세의 소년이 10년 동안 감옥에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폭행, 증거조작, 범행도구 바꿔치기 등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별수사’는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을 뼈대로 한 다양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며 관객들에게 시원한 한 방을 선사한다.
인천 경제를 주무르는 재벌 기업의 안하무인 범죄와 이에 맞서는 공권력 하부 조직원의 대결을 다뤘다는 점에서 ‘베테랑’과 유사함을 보이지만, 사건을 묵직하게 다루기보다는 통쾌함에 중점을 맞췄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는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밖에도 사회 이슈나 현상들을 다룬 많은 작품들은 ‘사실 전달’을 기본적인 목표로 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관심이 적었던 사실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