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일회용 음료 컵과 뚜껑, 남은 음료까지 로봇이 자동으로 분리수거한다. 그래서 로봇 이름이 `다함`이다. 손님은 직접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매장 주인은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서울대학교 아이디어 팩토리가 만들었다. 커피전문점 분리수거대에 수북하게 쌓인 컵을 보며 제작하게 된 작품이다.

`2016 메이커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끝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해 17~18일 이틀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16 메이커 페스티벌`을 열었다.

메이커란 제작과 판매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사람이다. 과거 제조업은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회사나 숙련된 기술자, 손재주가 뛰어난 장인이지만 지금은 기술에 정통하고 IT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이다. 이를 제품에 적용시키고 기술로 연결하는 혁신가, 개발자다.

페스티벌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이 많았다. 맥주잔 아래 LED 조명을 넣어 잔을 내려놓거나 건배할 때마다 빛이 나는 컵도 있었다. `이왕에 마시는 술을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마실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세척 텀블러 제품도 전시됐다. 텀블러 바닥에 UV-C 램프와 배터리를 설치하고, 자외선이 통과할 수 있는 특수유리로 만들었다. 내부 자외선 살균 기능과 보조배터리 기능을 갖춘 보온 텀블러다.

360도 회전과 조종이 가능한 1차 대전 전투기 모형의 RC 항공기는 학생들 인기를 끌었다. 문기범 qAp 대표는 “어릴 적 놀던 낡은 비행기의 추억을 갖고 취미로 모형 만들기를 시작해 어느덧 개발자가 돼 드론까지 만들게 됐다”며 “단순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드론처럼 실제 날릴 수 있으며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아마존에서 공식판매 됐다”고 말했다.

3D프린터와 아두이노를 활용해 창의과학 영재교육에 앞장서는 네오쓰리디솔루션도 관심을 받았다. 네오쓰리디솔루션은 미래의 `메이커`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밍 등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회사다. 학생들이 직접 그린 거미를 3D프린터로 만들고 조립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장난감 자동차를 3D프린터로 찍어낸 후 아두이노를 결합하면 움직이는 자동차가 된다.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만드면서 프로그래밍 코딩을 배울 수 있어 교육 효과가 높다.

아이디어와 기술 결합이 돋보이는 기술 분야 제품과 종이공예, 생태공예, 업사이클 제품 등 각종 수공예품도 대거 선보였다.

직접 만든 생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든 작가들도 전시에 참여했다. 그림을 그린 후 접으면 액자가 되는 DIY 액자, 압화 공예품, 테라리움, 클레이 피규어, 원예 화분, 프리저브드 플라워 등 일상 속 만들기 활동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메이커 페스티벌의 강점은 `네트워크 형성`이다.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네트워크 쌓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냅백 모자에 LED 조명을 부착해 반짝이는 모자를 판매한 메이커도 있었다. 올해 20살인 조정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학생은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좋다”며 “지난해 메이커 페스티벌에 3D 프린터에 레이저를 장착한 `레이저커터`를 만들었는데 행사에 참여한 다른 회사와 이 기술을 협력해 써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승섭 네오쓰리디솔루션 대표는 “참가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다른 회사와 함께 제품을 만들거나 비즈니스를 협력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인영 윙클 대표는 “다른 메이커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메이커는 기술과 문화예술 융합도 시도한다. 자작 악기 퍼포먼스 경연대회, 인디밴드 뮤지션과 메이커의 콜라보 공연은 어울림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자작 악기 퍼포먼스 경연대회 `메이커스가 음악을 만들다(Music Made by Makers)`는 전자기술을 활용해 만든 악기를 활용했다.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선선발 8팀이 참여해 페스티벌 현장에서 본선을 진행했다. 수상한 3팀은 국외 메이커 페어 참관 기회를 갖게 됐다.

뮤지션과 메이커의 콜라보 공연 `크로스보더`는 메이커 스페이스 `팹랩서울` 소속 메이커 4인과 인디 음악 기획사 붕가붕가레코드 소속 뮤지션 나잠수와 빅웨이브즈, 룸306, 실리카겔, 헤오(HEO) 등이 협업, 공동 개발한 악기 등을 활용해 공연을 열었다.

`팹랩서울`은 미국 문화예술과 스타트업 축제 SXSW와 같이 국내에서도 음악과 인터랙티브 기술 등의 만남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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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연예인 메이커도 대거 등장시켰다. 남지현(前 포미닛)이 직접 만든 고체 향수와 비누, 엑소 백현이 디자인 한 반려견 점퍼, 엑소 시우민 디자인의 헤드기어세트와 헤드커버, 엑소 디오 디자인의 파우치 등이 경매 품목으로 나왔다. 경매 수익금 전액은 서울소년원 직업능력개발훈련 프로그램 운영비로 기부된다.

만들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대상 각종 만들기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았다. 아날로그 로봇 오토마타를 활용한 무빙토이 만들기, 목공 생활소품 만들기, 스마트워치로 제어하는 장난감 자동차 만들기, 업사이클 패션잡화 만들기, 3D 아트토이 만들기, 스마트홈 만들기, 자동센서 컵 만들기 등 7종의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개인들이 나와서 판매한 오픈마켓 `찰랑마켓`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수공예와 패션 상품 등 일반 제품과 3D 프린터 등 디지털 가공 기술 등도 인기였다.

오태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국장은 “메이커 축제는 발명과 창업을 장려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배움의 장으로 전 세계 120여개 이상의 도시에서 열고 있다”며 “전국적인 메이커 축제로 제조창업을 활성화 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창의재단 이사장은 “메이커 페스티벌은 메이커 활동 인지도를 높이고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며 “메이커 간 정보 교류와 아이디어 교환, 우수 메이커에 판매 기회 확대와 제조창업 기회 제공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