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D-15, 딸이 사라졌다’
영화 ‘비밀은 없다’는 국회 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분)에게 닥친, 선거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비밀은 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처음으로 제작한 ‘미쓰 홍당무’로 데뷔한 이경미 감독의 작품으로, 박 감독이 각본에 참여해 제작 단계서부터 기대를 모았다.
‘비밀은 없다’는 딸이 사라진 가운데 선거를 포기할 수 없는 남편과 딸을 포기할 수 없는 아내 사이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연홍 역을 맡은 손예진은 기존에 딸을 잃어버린 엄마의 모습과는 다른 적극적이고 강렬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는 이 감독의 독특한 시선과 섬세한 연출력, 박 감독의 참여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딸이 남긴 흔적과 단서를 쫓는 사이 드러나는 진실들은 연홍을 혼란에 빠트린다. 믿었던 이들로부터 배신과 절망을 느낀 그가 집요하게 홀로 사건을 추적해가는 모습은 모성애 그 이상의 광기를 드러낸다.
연홍은 딸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건 극단적인 모성을 보여준다. 충격과 광기에 사로잡힌 패닉 상태로 딸의 흔적을 추적하는 그의 모습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불안정한 심리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종찬은 딸의 실종 소식에도 흔들림 없는 냉정한 모습을 보인다. 그 또한 딸의 실종에 충격을 받지만, 선거에서 지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성공을 향한 야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감독은 시각적 효과 외에도 청각적인 부분에도 집중했다. 당연하다 생각되는 사운드를 과감하게 빼거나, 반대로 그 장면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사운드를 넣어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 긴장감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이렇듯 의도적인 사운드와 편집의 변형, 음악과 사운드의 밸런스 조절을 통해 관객들에게 지속적인 긴장감을 전했다.
‘비밀은 없다’는 그간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해온 손예진의 파격적인 변신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구탱이 형’으로 불렸던 김주혁의 180도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8년 만에 다시 부부로 만난 손예진과 김주혁의 연기 호흡은 6월23일 개봉하는 ‘비밀은 없다’에서 만날 수 있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