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가전 시장이 세계 정보기술(IT)업체 간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애플은 1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Siri)를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개방한다고 선언했다. 아마존, 구글보다 뒤늦게 뛰어든 음성인식 디지털 비서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이다.
애플은 서드파티 개발사가 시리를 응용한 앱을 개발할 수 있게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시리가 개방되면 개발자는 서드파티 앱에 자유롭게 시리를 연동할 수 있다. 사진 관리, 페이먼트, 건강 관리, 인터넷전화(VoIP) 앱에 음성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시리가 카카오톡 메신저를 구동하도록 음성명령을 내린 후 시리를 이용해 보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수석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시리가 서드파티 앱에 연동하도록 한다”고 발표하면서 아이폰에서 시리를 호출, 중화권에서 인기 있는 메신저 `위챗`을 이용하는 장면을 보여 줬다.
애플이 시리 개발키트를 공개한 것은 경쟁사를 의식해서다. 아마존은 지난해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알렉사`를 탑재한 블루투스 스피커 `에코`로 인기를 얻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열린 구글 개발자 행사(IO 2016)에서 아마존 에코와 비슷한 AI비서 `구글 홈`을 공개했다.
애플은 이날 모바일 운용체계(OS) `iOS10` 시리 기능 강화를 포함한 새로운 기능도 소개했다. 아이메시지는 딥러닝 기술이 적용돼 사용자가 단문이 아닌 상당히 긴 문장을 적어도 메시지 전후 맥락을 분석, 어떤 말을 할지 미리 텍스트로 보여준다. 아이폰 사용자가 있는 장소를 상대방에 알아서 보내주거나 대화 상대가 특정인 연락처를 물으면 연락번호를 보내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메시지에 들어 있는 연락처 정보나 약속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해 상대방 이름과 전화번호를 주소록에 자동으로 등록하고 약속 장소와 시간 정보를 캘린더 앱에 입력할 수도 있다.
애플 지도도 크게 업그레이드 했다. 지도에서 온도와 날씨를 보여 주고, 음식점도 종류별로 분류해 보여 준다. 내비게이션 기능은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 정체구간을 알려주는 등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버금가는 기능을 보여 준다. iOS10은 올 가을 정식 버전으로 업데이트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