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가요 View] SM ‘스테이션’, 열차는 잘 달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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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0일 0시 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와 래퍼 사이먼 도미닉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스테이션(Station)’ 18번째 주자로 나서 신곡 ‘하트브레이크 호텔(Heartbreak Hotel)’을 공개했다. 티파니의 호소력 짙은 가창력과 사이먼 도미닉의 굵직한 래핑이 만든 하모니는 대중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보였던 티파니와 사이먼 도미닉처럼 SM의 디지털 음원 공개 프로젝트 ‘스테이션’은 SM 소속 아티스트들과 외부 뮤지션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으로 18주째 순항 중이다.

‘스테이션’에서는 지난 2월3일 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의 ‘레인(Rain)’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8곡이 탄생했다. 소녀시대 윤아, 엑소 디오, 첸, 백현, 샤이니 종현, 에프엑스 루나, 엠버, 레드벨벳 웬디 등 다수의 SM 아티스트들이 ‘스테이션’에 참여해오고 있다.

SM 소속 가수들뿐만 아니라 윤미래, 에릭남, 10cm, 김범수, 케이윌 등 외부 아티스트들이 ‘스테이션’에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SM 아티스트나 작곡가들과 호흡을 맞췄고 첸과 헤이즈의 ‘썸타(Lil' Something)’를 작곡한 바이브 류재현처럼 외부 프로듀서가 곡 작업을 맡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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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스테이션’은 발라드를 비롯해 EDM, 트로트, 헤비메탈 심지어 클래식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곡들을 선보이며 획일화되지 않은 음악 플랫폼 역할을 해내고 있다.

피아니스트 문정재와 플루티스트 김일지가 함께 연주한 클래식 곡 작곡가 게리 쇼커(Gary Schocker)의 ‘리그레츠 앤 레졸루션스(Regrets and Resolutions)’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곡은 ‘스테이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연주곡이다. 당연히 가창이 있는 노래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전망은 보기 좋게 깨졌다.

이와 더불어 밴드 인레이어(Inlayer)가 선보인 헤비메탈 ‘마인드잭(MINDJACK)’, 루나ㆍ엠버와 DJ 겸 프로듀서 듀오 차비앤기(Xavi & Gi)ㆍ네덜란드 프로듀서 리햅(R3hab)이 합작한 EDM ‘웨이브(Wave)’ 등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곡이었다.

지난 3일에는 JTBC 예능프로그램 ‘님과 함께2’에서 찰떡 호흡을 선보이고 있는 개그맨 윤정수와 개그우먼 김숙이 함께 부른 트로트곡 ‘너만 잘났냐(You're The Boss)’까지 공개됐다. 이처럼 ‘스테이션’이 시도하는 음악적 실험의 범위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해지고 있다.

SM 관계자는 “아티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프로듀서 및 브랜드 간의 다양한 합작을 통해 다채로운 음악을 발표하면서 호평을 받은 만큼 다방면으로 지속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스테이션’의 신선한 시도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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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테이션’이라는 프로젝트가 출범한 이유는 디지털 음원 시장이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직접 음반을 구매하기보다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듣고 싶은 음악을 선택해서 듣는 추세로 변한지 오래다.

SM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는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 쇼를 열고 ‘스테이션’을 비롯해 총 5개의 SM의 신규 프로젝트를 소개했었다. 당시 그는 “‘스테이션’은 기존 음원 발매 형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SM은 현대 음악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스테이션’을 통해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고 한다. 폭 넓고 두터운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라인업을 거느린 SM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음악의 소모품화(化)를 ‘스테이션’이 가속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가요계가 음원시장으로 바뀜에 따라 그저 높은 차트 순위를 기록하기 위해 만든 단순한 노래들이 증가한 반면 오랜 기간 공들여 작업해 선보인 곡들이 단기간에 묻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수 이승철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우리가 언제부터 1등 찍고 시작했나. 요즘 노래들 보면 눈으로 보는 노래는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노래는 없다”며 가요계의 현재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와 함께 ‘스테이션’의 성적이 기대보다 신통치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가요 관계자는 “SM이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음악적 저변과 팬덤을 확대시키고자 했지만 ‘스테이션’에서 나오는 곡들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며 “18주 동안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실패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중장기적인 음악 플랜은 매주 훌륭하고 강력한 콘텐츠를 수급하기가 불가능하다”며 “SM만의 보다 더 특별한 음악적 화법과 색깔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스테이션’이 인기를 얻기 위한 곡들만 내놓는 건 아니다. 그러나 SM이라는 대형 기획사가 매주 새로운 노래들을 공개하며 디지털 음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요계의 추세는 더욱 음원 중심으로 빠르게 기울어질 전망이다.

매주 금요일 총 52주 동안 새로운 곡들을 공개할 ‘스테이션’은 내년 4월 정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