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은닉한 것으로 보이는 현금과 서류를 확보하고 비자금으로 보이는 300억원대 자금 존재를 확인했다.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신 총괄회장 자금을 관리한 전 비서 이모 전무의 처제 자택에서 현금 30억여원과 서류 뭉치를 확보했다.
해당 현금과 서류는 신 총괄회장이 그동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내 개인금고에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수사에 앞서 주요 증거물을 은닉한 구체적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호텔 33층 비서실 비밀공간에서 오너 일가의 자금 입출금 내역을 기록한 금전출납 자료와 통장 등을 대거 확보했다. 검찰은 이 전무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을 바탕으로 해당 공간을 압수수색,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각각 100억원대, 200억원대 자금을 조성·운영한 사실도 확인했다. 재산관리인들은 검찰 조사에서 배당금과 급여 성격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는 마비 상태에 빠졌다. 신동빈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주요 인물들이 검찰 수사 선상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경영 관련 주요 업무를 총괄하는 별도의 `정책본부`를 운용했다. 그룹 계열사의 업무 전반을 관리하고 그룹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운영실, 지원실, 비전전략실, 커뮤니케이션실, 인사실, 개선실, 비서실로 구성된 정책본부에는 임원 20여명을 포함해 약 250명이 근무한다.
롯데는 지난 2004년 그룹 경영관리본부를 정책본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신동빈 당시 부회장을 초대 정책본부장에 임명했다. 신 부회장이 2011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정책본부에 신 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검찰은 현재까지 이 전무 등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임직원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수사 방향에 따라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회협력단장(총괄사장) 등 핵심 인물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들 3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정책본부의 핵심 인물 소환이 가시화되면서 롯데그룹 컨트롤타워는 휘청대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롯데 전 계열사에 걸친 투자와 사업 판단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로 예정한 호텔롯데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화학업체 `액시올` 인수 계획도 철회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식도 직격탄을 맞았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