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풍력발전소 건설 속도가 더디다. 사상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전력기준가격(SMP)과 낮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때문에 하반기 이후로 건설을 미루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3일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올해 건설된 풍력발전소 규모는 6월 2주까지 2개소 44㎿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총 227㎿ 풍력발전소가 들어섰던 것과 비교해 극히 저조한 수치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연초 올해 총 400㎿ 규모 풍력발전소 건설이 예정됐다고 밝혔지만 지금으로서는 100㎿를 넘기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다.
풍력발전소 건설이 당초 기대보다 더딘 이유는 수익성 하락 때문이다. 풍력발전소 수익은 전력과 REC 판매로 구성되는데 올 상반기에 이들 둘 모두 사상 최저치로 겹쳐졌다. 지난해 하반기 ㎾h당 80~90원대였던 SMP는 올 상반기 60원대까지 30% 떨어졌다. REC 가격 역시 2014년 정부 기준가격이 적용되는 시점이라 ㎾h당 60원 수준이었다. 따라서 SMP와 REC를 모두 팔아봐야 ㎾h당 120원 정도밖에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발전소 건설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 수준이 SMP와 REC를 합해 ㎾h당 130원 이상이다. 하지만 상반기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과 맺는 5~10년 단위 전력공급계약(PPA)에서 REC를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 했다.
풍력발전소와 발전자회사들과 맺는 REC 공급 가격은 보통 계약기간동안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풍력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REC 가격이 낮은 상반기에 발전소를 지어 계약을 맺는 것보다 일정을 늦추더라도 더 나은 가격 조건으로 계약을 맺으려는 심리가 작용해 상반기 발전소 건설을 연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풍력업계는 상반기에 풍력발전소 건설이 주춤했지만 하반기에는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지난 3일 발표한 풍력 등 비태양광 2015년 REC 기준가격이 전년보다 20원가량 오른 84원으로 책정돼 수익성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이후 들어서는 풍력발전소는 SMP가 60원대를 유지하더라도 REC 가격이 80원대 이상으로 잡혀 ㎾h당 총 140원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발전소 건설·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인 130원대를 넘어서기 때문에 지연됐던 발전소 건설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풍력발전소 건설기간이 6개월~1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 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은 빠르면 연말, 늦어지면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신규 풍력발전사업자 입장에서 수익성이 나쁜 상반기에 발전소를 짓기보다 조금 늦추더라도 수익이 보장될 때 발전소를 세우겠다는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하반기 이후에는 풍력발전소 건설이 평시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신재생에너지센터>
< 자료:전력거래소>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