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해외 전시회 등에 중소기업을 데리고 나가 현지 바이어와 접촉할 수 있도록 돕는 수출상담회를 자주 연다. 해외 바이어를 국내로 불러들이기도 한다. 혼자 힘으로는 해외 진출이 버거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세계 각지의 바이어를 접촉할 수 있어 고맙기 그지없다.
행사에 참가한 기업은 상담회 현장에서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물론 수출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행사 뒤에는 항상 `상담실적`만 남는다. 상담실적은 향후 이어질 수출계약 가능성을 가늠해 보기 위해 집계하는 의미 없는 수치다.
`상담(商談)`은 `상업상의 거래를 위해 하는 대화나 협의`를 말한다. 그냥 얘기를 나누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실적(實積)`은 실제로 이룬 업적이나 공적, `성과(成果)`는 일의 이루어진 결과를 각각 말한다.
그런데 경기도는 벌써 십수년째 상담실적만 내놓을 뿐 수출실적은 공개하지 않는다. 본말(本末)이 전도된 느낌이다. 수출상담회는 수출 확대 지원이 목적이다. 상담은 이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럼에도 수출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참여 기업은 무엇을 원하는지 등에 대한 분석은 없다. 그저 매년 똑같은 행사를 반복할 뿐이다.
단순히 얘기를 나눈 수준을 가지고 `실적`이나 `성과`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과 같다. 과도하게 생색을 내기 위해 상담실적에 `쾌거`라거나 `일냈다`는 표현까지 마구 동원하는 것을 보면 인상이 구겨진다.
수출상담회를 시작한지 벌써 십수년이 흘렀다. 수출에 성공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이제는 `수천만달러 규모의 수출상담 실적을 거뒀다`는 공허한 발표보다는 실제 수출실적을 내놓을 때가 됐다. 냉정한 분석과 재평가를 토대로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