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상적 기준, 부당한 심사보고서 작성으로 기업 과징금을 깎아준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공정위가 3년 반 동안 깎아준 과징금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공정거래업무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16건 문제를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징계 2건, 주의 10건, 통보 4건을 요구했다.
2012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147개 사건, 695개 사업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본과징금은 5조2417억원이었지만 세 차례 조정을 거쳐 55.7%인 2조9195억원을 감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기본과징금을 지나치게 높게 산정하고 조정 과정을 거쳐 과징금을 깎아줬다. 기본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 위반 행위 중대성 정도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공정위는 695개 사업자 중 466개에 위반 정도가 가장 높은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세 차례 조정을 거쳐 과징금을 자의적으로 감경해줬다.
공정위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과징금 감액 기준을 적용해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정거래법은 과징금을 부과할 때 위반행위 내용, 기간, 부당이익 규모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는데, 시행령을 통해 법에는 없는 현실적 부담능력, 시장여건 등을 감액 사유로 추가했다.
감사원이 2012~2015년 개최된 전원회의 사건 644건 중 과징금 50억원 이상 사건 56건에 대한 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속기록도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방해한 기업에 고발이나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2012년부터 2015년 7월 조사를 방해한 7개 사업자에 고발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과태료 부과 사건도 2건에 불과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