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단말기보조금 상한제 폐지 수면 위로 `후폭풍 불가피`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조항의 하나인 단말기 보조금(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1년여 남은 일몰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원금 상한제는 3년 일몰법으로 제정돼 내년 10월 폐지된다. 급작스러운 폐지에 따른 시장 혼란을 막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예전과 같은 시장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왜 지금인가=단통법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지원금 상한액에 관한 규정`에서 이통사의 지원금을 25만~35만원 범위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도록 했다. 상한액은 6개월마다 조정할 수 있으며, 효력은 3년으로 명시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는 지원금 상한액을 사실상 폐지나 마찬가지인 출고가 이하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지속되는 `규제 완화` 추세와 맥락이 같다. 지난해 말 내놓은 2016년 경제정책 방향에 따른 단통법 개선안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몰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많다. 어차피 1년 4개월 이후 사라질 규제이기 때문에 조기에 적정 수준으로 완화하면서 시장 적응 기간을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단통법 시행이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는 정부가 시장 혼란을 우려해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법 시행이 1년 반을 넘어 시장이 지원금 중심 경쟁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어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도 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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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년 일몰로 제정된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반응 극과 극= 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일부 통신사와 야당 일각에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통신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액을 폐지하면 단통법의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면서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다시 비정상으로 만들 게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한 이통사가 특정 시기, 특정 단말에 지원금을 올리면 다른 통신사도 덩달아 지원금을 올리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지원금 중심의 경쟁이 재현될 것이라는 뜻이다. 지원금 상한은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서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지적이 많다. 지원금이 올라가면 20% 요금 할인율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이통사의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으로 보는 지적이다.

반면에 상한제가 폐지돼도 과거와 같은 대란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많다. 치고 빠지기 식 지원금 올리기는 있을 수 있어도 최근 이통사의 매출구조 상 대규모 지원금 지급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지원금 상한액 33만원을 모두 지급하는 단말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고시 개정 공방 이어질 듯= 방통위는 이르면 다음 주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한다. 지원금 상한액을 단번에 출고가 이하로 정하는 고시 개정이 이뤄질지 단계별로 지원금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될지 예측은 어렵다. 지원금 상한제가 갑자기 사라질 경우 시장 혼란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시(일몰 조항)는 방통위 의결만으로 개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주장해 온 야당 의원들이 정부 입장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보조금 상한제 폐지와 단통법 개정안 발의 때 묵살하던 정부가 지원금 상한제와 관련해 고시 개정을 하겠다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지원금 상한제 고시 개정에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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