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를 보면 엘리베이터에 탄 배우가 추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사람을 엘리베이터에 넣고 떨어뜨릴 수 없기에 이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었다.
강태균 매크로그래프 수퍼바이저(실장)는 “CG 작업의 어려움은 보는 사람이 CG라고 느끼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실사 장면과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국내 시각적특수효과(VFX:Visual FX) 분야 대표적인 베테랑으로 꼽힌다. `명량` `부당거래` `리턴투베이스` `청연`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17년을 실제 촬영으로 얻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드는 데 보냈다.
강 실장이 몸 담은 매트로그래프는 최근 중국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올해 개봉한 주성치 감독 `미인어`를 비롯해 제작 중인 `충칭 대폭발` 등에 참여했다. 중국 프로젝트에서 전체 CG 작업 중 난이도가 높은 부분을 주로 맡는다.
강 실장은 “국내 VFX 기술은 수준급”이라며 “인력, 자본 등 투입물량과 기간에서 차이가 날뿐 세계 최정상급인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국 VFX 업계 강점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비)`가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를 빼고 거의 대부분 장면을 CG로 만드는 할리우드 영화, 미국 드라마와 규모면에서 부족할 뿐 `손기술`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강 실장은 VFX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감독 등 제작진 요구사항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CG 작업자 역시 해당 장면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때 스스로 (지금까지 없었던 느낌의)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며 “기술 발전과 CG 담당자 아이디어가 합쳐질 때 기존과 다른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국내 VFX 업계 투자 규모와 제작기간이 지금보다 여유로워져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당 턴키로 발주하는 시스템은 장면당 단가를 정확히 계산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깅 실장은 “가성비가 좋다는 것을 언제까지 장점으로 가져갈 순 없다”며 “할리우드는 물론이고 중국도 이미 콘텐츠 산업에서 VFX 작업 비중을 늘리며 제대로 된 발주 시스템을 갖추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