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고용 쇼크에 휩싸이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는 7일 개장과 동시에 한 달 이상 넘지 못한 지수 2000선을 단번에 돌파했고 고공행진을 펼치던 원·달러 환율은 20원가량 폭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 쇼크 영향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면서 “하지만 투자심리 개선은 단기 호재고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는 3일(현지시각) 비농업부문에서 지난달 신규 일자리가 3만8000개로 2010년 9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6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필라델피아 국제문제협의회 강연에서 미국 5월 고용동향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하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등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옐런은 그러나 “미국 경제는 계속 개선되고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인상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계속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다음주 14일 열리는 FOMC는 물론이고 7월에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일부는 9월 인상 가능성을 점치면서 세계 경기침체와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한다면 연준이 천명한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이 한차례로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애초 시장에서 16만명 내외의 증가를 기대했던 5월 미국 신규 고용이 3만8000명 증가에 그치며 쇼크를 가져왔다”면서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옐런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지난달 언급했던 수개월 내라는 단어 대신에 점진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졌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3분의 1에서 열흘 만에 50분의 1로 떨어졌고 선물거래로 본 7월 인상 가능성도 절반 아래로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국내 증시는 이날 지난 4월 28일 이후 한 달여만에 지수 2000을 넘겼다. 금리인상 재료가 소멸된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선 것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펀더멘털이 나빠지면서 국내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을 받고 있고 수출입 지표도 여전히 감소세며 기업이익은 불황형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기에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을 앞둔 경계심이 지수 상승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증권업계는 늦어도 7월에 한은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과 부동산거래 위축,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경기 하강 리스크가 높아 이를 상쇄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한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추경편성이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