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1위 이끈 조석래 회장의 기술경영

효성은 일찍이 연구개발(R&D)이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여겼다. 1971년 국내 최초 민간기업 부설연구소를, 1978년에는 중공업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효성기술원은 섬유화학과 전자소재·신소재 산업용사 분야의 R&D를, 중공업연구소는 중전기기·산업용 전기전자·미래 에너지, 시스템 분야 R&D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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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기술원의 연구원이 탄소섬유를 살펴보고 있다.

효성은 자체 기술로 스판덱스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가 세계 시장 1위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통한 경영 성과를 내도록 다양한 분야의 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효성기술원 , 우리나라 민간기술 연구소의 효시

효성그룹의 기술연구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기술연구소로 꼽힌다. 이 연구소는 1971년에 설립돼 지금은 효성기술원이라 불리지만 올해로 46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효성 기술연구소는 당시 효성그룹 수장이었던 조홍제 회장과 미국에서 섬유공학 기술을 배워온 조석래 회장의 의지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벽돌 한 장 쌓는 것부터 실험설비를 들여오는 것까지 최고경영진의 남다른 관심 속에 진행됐다.

효성 경영진이 이처럼 열의를 가진 탓에 효성기술원은 우리나라 화학 및 중공업 분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비롯해, 섬유 산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스판덱스도 이 기술연구소를 통해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이후 이들 제품은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국가대표로 자리잡았다.

효성은 현재 중공업 분야 핵심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와 초고압 차단기 등 대형 발전기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최초 기록을 썼다. 전자산업에 필요한 편광판용 필름, 삼불화질소 가스(NF3) 등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미래 첨단소재로 손꼽히는 탄소섬유를 국산기술을 통해 처음으로 개발했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용 신소재인 폴리케톤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의 기술연구소가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무엇보다도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R&D에는 시간과 자본이 많이 투여되는데다, 다양한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열정과 인내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세계 1위 제품이 개발되기 까지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여됐는데, 이는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업 철학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발전은 과감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과 미래 변화를 내다보는 혜안이 합쳐진 것이다.

◇`섬유의 반도체`효성 스판덱스 개발, 세계 1위 올라서

스판덱스는 효성의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집약한 성과다. 효성은 1980년 섬유의 대표 사업이었던 나일론의 생산·판매를 통해 세계시장의 판로를 개척하던 중, 1989년 조석래 회장의 지시로 기능성 섬유,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스판덱스는 원래 길이의 5~7배 늘어나 원상회복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신축성이 뛰어나, 란제리·스타킹·청바지·기저귀·아웃도어·정장 의류 등 포괄적으로 사용되며 활용분야가 점차 느는 추세다.

효성은 1989년부터 약 3년간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고, 1992년 세계에서 4번째,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원하던 품질을 제대로 구현하는데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조석래 회장은 공학도 출신으로 과학이나 생산기술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다. IMF라는 위기 속에 스판덱스 사업을 접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대한 성공을 확신하며 지속적인 R&D에 투자했고, 당시 세계 최고수준인 듀폰의 라이크라와 시장경쟁에서 시장점유율 1위의 달성했다. 이는 오너경영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 사례로 기술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효성은 나일론,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등의 의류용 원사뿐 아니라 타이어보강재, 에어백용 원사 등 산업용 원사 부문에서도 꾸준한 품질관리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시장에서도 세계 1위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섬유부문에 집적된 기술 개발 노하우는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고성능 특수섬유를 개발할 수 있는 저력이 됐고, 장기적으로 바이오 섬유, 스마트섬유 등을 연구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10년간의 뚝심으로 `세계 최초`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

효성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폴리케톤 개발에 약 50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했다. 2010년부터는 산업자원통상부의 세계 10대 일류소재기술(WPM:World Premier Material)사업 국책 과제로 선정돼 연구지원을 받으며 개발에 탄력을 받았고, 마침내 2013년 11월 세계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 고성능 신소재인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으로 이루어진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로, 나일론 대비 충격강도는 2.3배, 내화학성은 30% 이상 우수하며, 내마모성 역시 최고 수준인 폴리아세탈(POM) 대비 14배 이상 뛰어나고, 기체 차단성도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우수한 에틸렌비닐알콜(EVOH)과 동등한 수준이다.

폴리케톤은 크게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용도와 초고강도 슈퍼섬유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우수한 내충격성, 내화학성, 내마모성 등의 특성을 바탕으로 자동차·전기전자 분야의 내외장재 및 연료계통 부품 등 고부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용도로 적용될 수 있으며, 초고강도, 초고탄성률의 특성을 가진 슈퍼섬유로 타이어코드, 산업용 로프, 벨트 등에도 사용 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연기 등에서 배출되는 인체에 유해한 가스인 일산화탄소(CO)를 원료로 하기때문에 대기 중 유해가스를 줄이면서, 고기능성 제품을 만들어 내는 친환경·탄소저감형 소재다.

폴리케톤이 적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세계 시장 규모는 2012년 8510만(60조원) 규모에서 2015년 9770만톤(66조원) 규모로 연간 5% 이상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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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효성에서 세계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폴리케톤을 실험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탄소섬유 국내기업 최초 개발 및 양산

지난 2011년 탄소섬유를 자체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1/4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신소재로 등산 스틱, 골프채 등 레저용 제품과 함께 연료용 CNG 압력용기, 루프, 프레임 등 자동차용 구조재, 우주항공용 소재 등 철이 쓰이는 모든 곳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처가 광범위하다. 그 동안 미국과 일본의 수요량 전량에 대한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며, 다양한 용도개발을 통해 연간 12% 이상의 시장 성장률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급속하게 확대되는 추세다.

효성은 원천기술 확보 후에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탄소섬유 성형재료(Prepreg), 압력용기용 탄소섬유 등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탄소섬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과 성형재료 차별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면서 전북 지역의 차세대 산업으로 `탄소밸리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08년에는 탄소섬유 개발에 앞서 자체기술로 고강도 섬유인 아라미드 원사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의 아라미드 섬유 브랜드인 알켁스(ALKEX)는 강철보다 다섯 배 강도가 높으며, 섭씨 500도에도 연소되지 않는 뛰어난 내열성과 화학 약품에 강한 내약품성을 지니고 있다.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나며, 탄성율과 내성율이 우수해 방탄재킷·방탄 헬멧·골프채·테니스라켓·광케이블·자동차 브레이크 패널 등에 활용되는 고강도 고부가가치 섬유다.


박태준 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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