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9개 금융공기업 가운데 7곳(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도입을 확정했다. 수출입은행과 예탁결제원만 남았다.
금융 당국의 강한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간부회의에서 “금융공기업 성과 중심 문화 확산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연의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달 중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대부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26일에도 “아직 성과연봉제 도입이 확정되지 않은 예탁결제원과 수출입은행도 조속히 도입을 완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제는 도입을 확정한 7곳 가운데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한 6곳이 노사 합의 없이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일부 금융공기업 노조는 법적 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노사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는 여야 3당의 합의에도 “정부와 합의한 것은 아니다”며 노사 합의는 필수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한 기업은행은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기업은행지부는 23일부터 사흘 동안 672개 분회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9368명 가운데 7816명이 참가, 7571표(96.86%)의 반대가 나왔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는 “조합원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일방으로 의결된 성과연봉제 도입안에 대한 무효 소송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은행장부터 지점장까지 개별 동의서 징구와 불법 이사회 개최에 앞장선 이들에 대해 고소·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반발했다.
자산관리공사 노조는 사측이 직원과 1대1 면접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를 강제로 받아 냈다며 홍영만 사장을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이동걸 회장 등 점포장급 이상 간부 180명 전원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환경부 산하 공기관 가운데 환경산업기술원과 국립생태원은 도입이 확정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24일 노조 투표에서 도입이 통과됐다. 한국환경공단은 노조 측이 성과연봉제 협상을 상급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위임한 상태여서 최종 향배는 묘연해진 상태다. 기타 공공기관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 기관이 아니지만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