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이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안방극장을 접수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28회는 시청률 30.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당당히 주말극 왕좌에 올랐다. 특히 '아이가 다섯'은 일요일 전체 프로그램 중에서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세 아이의 엄마, 두 아이의 아빠가 만드는 재혼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막장요소 탈피
주말극의 흥행 공식처럼 여겨지던 막장 요소가 ‘아이가 다섯’에는 없다. 시청자들은 개연성 없는 전개로 가득한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 지쳐 있던 시청자들은 '아이가 다섯'이 그려내는 알콩달콩한 커플들의 모습과 따뜻한 스토리에 힐링을 받고 있다. 여자 주인공은 친구에게 남편을 빼앗긴 아이 셋을 둔 엄마이고, 남자 주인공은 아내와 사별해 장인·장모와 함께 사는 인물이라는 점이 언뜻 보기엔 막장스럽지만 결과물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드라마에서 불륜이란 소재는 복수의 단초가 된다. 불륜으로 가정을 파국에 몰아넣은 이들은 시청자들의 욕받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이가 다섯'은 드라마 속 불륜과 그에 따른 이혼의 상황을 다르게 푼다. 이혼, 재혼 가정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조명했다. '피의 복수'가 아닌, 이혼 후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보여주는 쪽을 택하며 기존 드라마가 열지 않았던 새로운 장을 열었다.
◇ 주말 ‘로맨스의 발견’
정현정 작가는 2040 여성들의 폭풍공감을 이끌어낸 케이블채널 tvN 로맨스 3부작 ‘로맨스가 필요해 1~3’ 시리즈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데 이어, KBS2 ‘연애의 발견’과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처음이라서’ 등을 통해 ‘현실 로맨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등극했다.
정 작가는 작품 속 악역을 만들지 않는다. 극 중 강소영(왕빛나 분)은 절친 안미정(소유진 분)의 남편이었던 윤인철(권오중 분)을 빼앗아 결혼까지 한 상태다. 불륜녀라고는 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다. 안미정의 독설에 매번 사과하고 눈물짓고, 불안감에 떨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캐릭터별로 살아 숨쉬는 로맨스는 정현정 작가 특유의 화법이다. 커플마다 구체적인 사연과 로맨스를 만들어 주며 현실감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한다.
◇ 단 맛과 짠 맛이 조화를 이루는 ‘맛깔나는 대사’
'아이가 다섯'은 사별과 이혼으로 홀로 된 돌싱남녀의 재혼로맨스라는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된 소소한 유머코드와 맛깔 나는 대사를 통해 밝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상태(안재욱 분)의 장인, 장모인 장민호(최정우 분)와 박옥순(송옥숙 분)은 행여 사위가 "쓸 데도 없는 기운"이 넘칠까 봐 조심하면서 "사위자식 개자식이란 말"에 펄쩍 뛰면서도 속으로는 재혼이라도 할까 전전긍긍하고 이상태의 엄마 오미숙(박혜숙)은 "인물에 자빠지면 약도 없어. 뜯어 먹을 수도 없고, 팔아먹을 데도 없고, 만고에 쓸모없는 게 남자 인물이야"라는 리드미컬한 대사로 웃음을 선사하는가 하면 "천하에 악처도, 빈방, 빈 침대보다는 나아요"라며 아들의 행복한 재혼을 바라는 뭇 엄마의 심정을 속담을 변형시켜 재치 넘치게 담아냈다.
◇ No 연기 구멍
'아이가 다섯'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안재욱은 여심 저격 멜로남으로 돌아왔고 소유진 역시 이혼의 상처에도 밝고 귀여운 안미정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했다. 권오중과 왕빛나는 철은 없지만 맑고 귀여운 푼수커플로 활약 중이다. 성훈은 귀여운 밀당남으로 매력을 어필하고 신혜선은 철벽녀로서 순수한 면모를 드러낸다. 여기에 성병숙, 김청, 송옥숙, 장용, 박혜숙과 같은 중견 연기자들과 아역 배우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며 모처럼 완벽한 연기 구성원이 완성됐다. 각자 맡은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배우들 덕분에 시청자들도 아슬아슬한 불편함 없이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 하이퍼리얼리즘
불륜, 복수, 불치병 등 클리셰들이 난무하는 여타 주말드라마와는 달리 현실성을 잡았다. 극 중 안미정(소유진 분)과 이상태(안재욱 분)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굳건하지만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부모의 이혼을 겪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에게 이같이 현실적인 전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공감지수는 높아지며 계속해서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극적인 전개나 선과 악의 대결 구도는 없지만 '아이가 다섯'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배우들의 호연과 세련된 연출로 그려내며 공감과 호감, 두 가지를 잡았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아이가 다섯'이 보여주고 있다.
진보연 기자 jinb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