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방송 View] ‘디어 마이 프렌즈’, 보통 가족드라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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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가족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가족 및 이웃 간의 따뜻한 정,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전해주는 소소한 웃음, 가족애에서 비롯된 묵직한 감동 등을 전달하고 있다.

이미 SBS ‘그래 그런거야’, MBC ‘가화만사성’, KBS2 ‘아이가 다섯’ 등 지상파 3사 가족드라마가 위에서 말한 코드를 따르고 있으며, 케이블방송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여타 가족드라마들과 뭔가 다르다. 소재가 진부하고 현실적이지 않았던 기존 작품들의 단점을 이 드라마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가족드라마는 젊은 남녀 주인공 러브라인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시니어 배우들은 감초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극 중 이름 대신 등장인물 누군가의 할아버지나 할머니로만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는 시니어 연기자들을 대놓고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김혜자, 나문희 등을 비롯한 시니어 배우들은 그저 주인공 주변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본인들이 주체가 돼서 극을 이끌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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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또한 일상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에피소드를 현실성 있게 그려냈고 기존 가족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극 중 문정아(나문희 분)와 조희자(김혜자 분)가 뺑소니 사고를 내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자수를 하려는 모습이라든지 망상 장애 진단을 받고 혹여나 아들 민호(이광수 분)에게 피해를 줄까봐 자살을 시도하는 조희자의 모습,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김순영(엄혜란)의 얼굴이 멍투성이가 된 모습 등은 가족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대부분의 가족드라마는 전 연령층이 부담 없이 볼 수 있게 자극적 소재를 지양하고 전개와 인물 관계 설정이 뻔하다.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그래 그런거야’는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워주기 위해 대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핵가족화가 너무 많이 진행된 요즘 시대 흐름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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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자신문 DB

반면 ‘디어 마이 프렌즈’는 가족보다 등장인물 개개인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노년(老年)층의 삶과 애환을 조명하고 있다. 다른 가족극들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의 분위기가 약간 더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디어 마이 프렌즈’ 극본을 책임지고 있는 노희경 작가는 지난 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있는 사람은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노년의 삶은 누구보다 치열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가진 노년층에 대한 편견을 이 드라마를 통해 깨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노 작가는 특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세대 간의 불통을 해결하고 각자 부모님들이 생각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젊은 시청자들에게 노년층을 향한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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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젊은 남녀 주인공을 투톱으로 배치하는 기존 가족드라마의 정형화 된 틀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젊은 시청자들에게 강세를 보이는 tvN을 통해서 방송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디어 마이 프렌즈’는 가족드라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제 4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가 앞으로 어떤 스토리와 전개로 늘 비슷한 포맷만 고집하고 있는 지상파 가족드라마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매주 금, 토 오후 8시30분 방송한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