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가 R&D 기틀 마련 vs 병역 회피 수단..40년 병역특례제 심판대 올라

합법적으로 군이 아닌 산업체에 근무하는 병역특례제는 국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특권층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과 병역자원 부족까지 겹치며 심판대에 올랐다.

병역특례로 불리는 대체복무제도는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병역의무 특례조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음 시행됐다. 국가 R&D 역량 강화를 목표로 입역대상자가 병무청장이 지정한 병역지정업체에 일정 기간 근무해 군복무를 대체한다. 첫 병역특례기관으로는 KAIST가 선정됐다. 1993년에는 박사과정을 선발해 과학기술 연구 분야에 투입되는 전문연구요원제가 신설됐다.

학사 이하가 대상인 산업기능요원은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법인에 24~36개월 근무한다. 자연계 분야 석사 이상은 전문연구요원으로 36개월 동안 중소·중견기업, 대학·출연연 등에서 연구 활동을 지속한다. 올해 두 부문에 배정된 인원은 총 1만7500명이다.

산업기능요원을 활용한 기업은 연평균 2000여 곳에 달한다. 기업 당 평균 1.89명이 근무한다.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인력을 확보, 연간 5000여 곳 이상이 신청한다.

국가 R&D 역량 강화에 꾸준히 기여했다. 전국 10개 대학 학부·대학원 학생회로 구성된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는 전문연구요원제가 2013년 기준 1336억원 생산 유발효과와 38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과학, 정보통신기술(ICT), 보건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R&D 인력으로 제 역할을 한다. KAIST, 포스텍,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내 대표 대학과 출연연 등에서 병역특례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석·박사급 고급인력도 경력 단절 없이 연구 활동을 지속한다. 이공계 진학 혹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유인책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에서 비판 대상이 됐다. 대기업 대표 자녀, 유명 가수 등 특권층이 병역 회피를 위해 제도를 악용하면서 비판이 거셌다. 2007년에는 병역특례 업체 60여 곳이 연루된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돈을 받고 대기업 자녀 등을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해 허위로 근무시간을 게재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 병무청 등 관할 기관 관리·감독이 부실한 탓이다.

2012년 사회복무제로 바꿔 실태조사를 강화하는 등 개선에 나섰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특례를 받아온 예술, 체육계도 대상자가 대폭 축소되면서 이공계만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할 명분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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