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 무질서와 기민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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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기자

PC온라인게임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리그오브레전드(롤, LoL)`의 국가 대항전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행사 진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하루는 목에 건 비표로만 행사장을 다닐 수 있었다. 이튿날에는 표를 함께 지참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공안은 딱딱했으며, 융통성이 부족했다. 행사 관계자도 느리고 일관성 없는 통제에 지쳐 보였다. 중국 게이머의 열광적 호응은 이런 부정적 인상에 묻혔다.

공항으로 가는 길엔 택시요금을 바가지 썼다. 호텔에서 적정 요금까지 알려 주며 조심하라고 당부했지만 훨씬 비싼 금액이 미터기에 찍혔다. 기사는 잔돈을 주지 않은 채 떠나 버렸다.

상하이 중심가인 신톈디를 걷다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만났다. 지척에 테슬라 매장이 있었다. 중국인을 상대하는 젊은 직원은 영어가 유창했다. 상하이에만 이런 매장이 4군데다.

한국에 돌아온 후 시각효과(VFX)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하는 이 전문가는 지난해 한국 VFX 시장의 50%가 중국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고 귀띔해 줬다. 아직까지 프로젝트당 턴키방식으로 작업을 발주하는 한국에 비해 중국 업체는 프레임당 가격을 정산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업체보다 오히려 정산과 시스템이 깔끔하다.

텐센트는 이미 2011년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든 라이엇게임스를 발굴, 4억달러를 들여 지분을 확보했다. 넥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텐센트에 밀렸다. 텐센트는 지난해 12월 나머지 지분 모두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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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라이엇게임스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안정되게 서비스하는 토대를 구축한다.

무질서와 질서, 만만디와 기민함. 어떤 것이 중국의 진짜 모습인지 가늠이 안 된다. 굳이 표현한다면 극단의 스펙트럼이다. 중국을 상대하는 우리 전략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외골수는 곤란하다. 최근 한 국내 게임업체는 중국에서 자사 IP를 활용한 게임을 발견했다. 법적 조치를 취하는 대신 `좋은 말`로 협상, 높은 이익의 배분율을 끌어냈다. 상대를 예측할 수 없을 때는 유연함이 답일 수 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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