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공계 병특폐지, ICT·과학 강국 기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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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와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들은 병역특례 인력들이 지난 30여년간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과학기술 발전 기반을 구축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병역특례 제도가 폐지되면 우수한 젊은 인력이 유출돼 산업과 기술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다. SW중심사회 실현과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내 패키지 SW기업 수는(2014년 기준) 2571개다. 매출 규모별 비율은 10억원 이하가 41%로 가장 많다. 10억∼50억원 비율은 37%다. 5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전체 중 0.3%, 300억원 초과 기업은 3.8% 정도다. SW업체 10곳 중 8곳가량이 연 매출 50억원 미만 영세 기업인 셈이다.

SW기업 핵심은 기술력이다. 영세한 업체일수록 기술 인력이 자산이다. 그간 많은 영세SW업체가 전문 인력을 병역특례제도를 통해 수혈했다. 한글과컴퓨터, 티맥스소프트 등 지금 국내를 대표하는 SW업체도 회사 초반 병역특례 인력이 많은 역할을 했다. 지금도 이들 기업은 우수한 병역특례 인력을 채용해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공계 분야 병특제도 폐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SW업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SW업계에 이들 인력이 그만큼 많은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SW분야 원로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병역특례제도로 SW산업을 얼마나 발전시켰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트컴퓨터는 SW분야 첫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됐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한국SW산업협회장)은 “국민으로서 국방 의무를 등한시 하자는 게 아니라 무엇이 국가에 이로운지를 봐야한다”며 “지금까지 병특 인력이 SW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했고, SW가 모든 산업 중추가 되는 시점에 그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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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방부에서 SW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남녀모두가 군복무 의무 국가인 이스라엘은 사이버 보안 전문 부대인 8200부대를 운영한다. 육군, 해군 등 주요 부대에서 전문 IT인력을 양성한다. 이들 부대 출신이 나와서 IT관련 회사를 창업한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은 “이스라엘 이공계 인력은 어느 대학이 아니라 어느 부대 출신이라고 얘기할 만큼 군부대에서 전문기술을 더 쌓고 나온다”며 “전문기술이 단절되지 않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군부대에서 전문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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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도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방부 병역특례제 폐지 방침이 전해지자 즉각 반대 논평을 내놓았다. 더민주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공계를 육성하자고 하는데, 국방부는 인재유출 우려가 있는 병역특례제를 없애자고 한다”며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특례 폐지에 반대 입장이고, 기획재정부 역시 지역 전략산업에 병역특례 요원을 우선 배정하는 유인책을 마련 중이지만 국방부는 병역특례를 없애겠다면서 어떤 유관부처와도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는 지난해 6월 현역자원이 남아돌아 대기자 입영적체로 고심, 산업기능요원을 늘리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정책을 내놓았다”고 비난했다. 과학기술계는 이공계 병역특례가 없어지면 연구기반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과학기술계 국회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은 잘못 대처하는 것”이라며 “교육부와 미래부 등 관련 부처와 의견을 수렴해야지,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이공계 발전이 곧 대한민국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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