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 주소를 우리말로 이용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도메인 네임과 인터넷 보안 기업 베리사인. 최근 `.com`과 `.net` 도메인을 한국어 버전 `.닷컴`과 `.닷넷`으로 출시했다. 해당 도메인의 완전한 한글화가 가능해졌다. domain.com/도메인.com을 domain.닷컴/도메인.닷컴으로 이용하는 식이다. 도메인 대행업체 공급 기준으로 기존 영문 도메인과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
서정준 베리사인 아시아태평양지역 네이밍 서비스 총괄은 인터넷 주소 한글화 장점으로 이용자 편의성 증대를 꼽았다. 직관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기업은 마케팅 효과를 강화한다. 기존에 한글 브랜드를 영문화하거나 약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등록자나 이용자 모두 기억하기 어려웠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도 인터넷 공간에서 국내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한다. .com과 .net은 선호도가 높은 도메인이다. 이용도나 신뢰성 면에서 가치가 크다. 세계 .com과 .net 주소는 모두 1억4200만개 수준이다. .com이 1억2700만개, .net이 1500만개다.
서 총괄은 “영어를 안다고 해도 자국어를 사용하면 브랜드를 표현하고 사용자에게 각인하는 효과가 더욱 커진다”며 “국내 인터넷 사이트 접속이 검색 포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기 집 주소를 자기 말로 확보하고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국어 도메인이 추진됐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처음 도입됐다. 오나마에닷컴(お名前.コム) 등 .com과 .net 주소를 일본 가타가나로 이용하게 했다. 자체 연구 결과 한국이 자국어 도메인 도입 시 사용자 편의성이 가장 증진되는 시장으로 나와 우선 적용했다. 향후 아시아 다른 지역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서 총괄은 “일본은 인구 90%가 인터넷 접근성이 있고 영문보다 자체 문자에 편리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일본 서비스에서 교훈을 얻어 한국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총괄은 베리사인에서 18년간 아태지역 도메인 개발과 채널 파트너 확장을 담당했다. 1998년 베리사인이 인수한 네트워크솔루션에 입사했다. 국제 인터넷표준화기구(IETF) 내 표준화 노력 초기부터 다국어 도메인명(IDN)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100곳이 넘는 도메인 아태지역 도메인 대행업체를 지원하며 베리사인 IDN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그는 “인터넷 개발 초기부터 .com과 .net의 급속한 성장세를 보며 자국어 서비스를 통한 편의 증진을 추진해왔다”며 “영문 제공에 안주하지 않고 서비스 진보에 기여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